Daybreakin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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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귀국했는데 시차 적응 및 여독을 푸느라 아직도 생활 리듬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게다가 날씨마저 하루종일 흐리고 비오니 더욱 찌뿌둥하군요) 돌고 온 나라들은 영국 - 벨기에 - 네덜란드 - 스위스 - 이탈리아 - 프랑스입니다.

일단 여행의 소감을 말씀드리자면 한국만큼 살기 좋은 나라가 없다는 겁니다.; 음식점 가면 물 공짜로 주고, 팁 안 줘도 되고, 치안도 좋고, 지하철 같은 곳에 냉난방 잘 되고, 공공시설이나 길거리 깨끗하고...

유럽 같은 데서는 아무리 패스트푸드 점이라도 음료수에 얼음 넣어서 주는 경우가 없습니다. -_- 가격이 좀 비싼 레스토랑 같은 데서나 김빠진 콜라에 넣어줄까말까..; 게다가 지하철은 냉난방 하나도 안 하니, 파리처럼 사람이 오지게 많이 타는 곳은 완전 찜통이더군요. 그나마 스위스는 잘 사는 나라라 그런지 산골 마을들을 연결하는 intercity 열차가 시설도 굉장히 좋고 냉방도 빵빵하더군요.; (게다가 거의 무임승차 가능..) 대신에 날씨가 온도는 높아도 한국처럼 습하지 않아서 그늘진 곳은 시원해서 다행이었습니다. 베니스는 수상 도시라서 습도마저 높아 고생했지만...orz

또 한 가지 느낀 게 있다면 코카콜라가 절대로 망할 수 없다는 것. 물조차 하나의 음료수처럼 생각되기 때문에(그만큼 비싸기도 하고), 음식 자체가 목메이는 빵과 매우 짠 치즈와 햄 위주라서 콜라나 스프라이트, 환타 같은 탄산 음료를 계속 마시게 되어 있습니다. (결국 스위스에서 치즈 퐁듀 먹다가 빵에 고추장 발라먹었다는...ㅠㅠ)

영국 내셔널 갤러리에서 산 기념품을 그리니치 천문대에 놓고오기, 스위스 융프라우요흐 올라가서 만년설과 빙하 밟기, 베니스의 리도 해안 동지중해에서 해수욕하기, 파리 노틀담 성당에서 미사 드리기, 대영박물관부터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셰 미술관까지, 로마에서 공사 중인 진실의 입 찾느라 오밤중에 한참 돌아다닌 이야기, 하루 온종일 봤던 바티칸, 베니스에서 식사 한 번에 80유로를 뜯긴 이야기, 파리 몽마르뜨 언덕에서 흑인들이 꼬아준 실팔찌에 20유로나 주었던 일, 야간 열차에서 사귄 외국인들 이야기 등 할 얘기는 무지하게 많은데 한 번에 다 쓰려면 힘드므로 천천히 나눠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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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1일부터 25일까지 "호텔팩" 형태로 형과 함께 유럽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이탈리아를 다녀오게 됩니다. 출발 비행기는 11일 아침 9시 55분이군요. (중간에 파리에서 갈아타고 런던 도착이 같은날 17:10)

벌써부터들 선물 사다달라고 난리들인데 일단 그건 가봐야(....).. 이번에 해외에 처음 나가는 거라서 약간은 두려운(?) 면도 있고 기대되는 면도 있군요. 무려 11시간을 비행기 탄다니 그것 또한 기대 반 걱정 반입니다.;

그리고.. 가끔씩 EAS를 뚫고 들어오는 스팸들이 있어 모든 블로그 포스트의 코멘트와 트랙백을 여행 기간 동안 막겠습니다. 이점 양해해주시고, 즐거운 여행 되도록 기원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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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군의 글을 보고 따라서(...) 해보겠다.

바이오정보전자개론 (BiS200, 이도헌/정재승/박제균 교수님)
바이오시스템과를 갈까 말까, 혹은 부전공할까 말까 알아볼 겸 해서 들은 과목이다. 세 분의 교수님이 한 학기 강의를 1/3씩 나누어 진행하는데, 각 교수님마다 스타일이 달라서 매번 적응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도헌 교수님은 매우 널럴한 과목임을 강조하시며 실제로도 그런 편이었고, 정재승 교수님은.... -_- 점점 숙제 로드(책읽고 퀴즈보고 에세이를 매주...)가 무한으로 늘어난다. 그나마 1/3만 하시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 박제균 교수님은 그냥 무난한 타입인데 왠지 모르게 수업에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어쩌면 SP의 영향이었을지도?)

Programming Language (CS320, 한태숙 교수님)
미리 당겨서 들은 3학년 전공 과목. 다양한 프로그래밍 언어들의 변천사(?)를 배우고 각각의 간단한 특징과 언어 요소의 issue(예를 들면 C++의 Diamond problem 같은)들을 주로 다룬다. Algol 60부터 시작해서 Lisp, Simula, Smalltalk, C, C++, Java 등의 다양한 언어가 등장하고, OOP, subtyping, polymorphism 등의 개념들이 나온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실제로 사용하는 것 외에 좀더 이론적인 내용을 알고 싶다면 들을 만한 과목. 매 학기 교과서가 바뀌기 때문에 재수강할 때 별다른 이득이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과목 자체가 그다지 어렵지 않고 수업만 충실히 들으면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괜찮은 것 같다.

System Programming (CS230, 송준화 교수님)
아.. 이건 정말-_- 악명 높은 수업이었다. 안 그래도 빡쎈 송준화 교수님이었던 데다 역대 최강의 로드를 자랑했으니... (작년 마지막 프로젝트가 기말 코딩 시험으로 나오는 정도였다. -_-) 처음 수업 시작하면서 조교가 "C언어 모르시는 분? 알아서 공부해두세요" 할 때 수강생의 1/3 정도가 잘 모르는 수준이었던 것 같은데(언어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는 알아도 실제로 프로그램을 짜보는 것과는 천지 차이다), 내가 마지막 프로젝트 때까지 완성한 코드가 3000줄이 넘었으니 확실히 C언어 처음 다루는 초수강생들에겐 무리였던 수업이다. (그나마 나나 토끼군 같은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큰 프로그램들을 짜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적응이 가능했지만.)
강의 시작 후 2주만에 나온 프로젝트는 ppt로 쓰여진 스펙에 달랑 shell이 무엇인가 하는 2페이지 쯤 되는 설명과 함께 fork와 exec, wait라는 함수가 있으니 잘 쓰라는 말만 적혀있던... 리눅스 쉘짜기. -_- 제대로 짜기 위해선 string tokenizer부터 다 구현하고, linked list에... C언어의 기초적인 삽질이 모두 나오는 거였다. (뭐 대충 짤 수도 있긴 한데 나중 프로젝트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Linux를 써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반이 넘었는데 생전 처음 짜보는 C프로그램이 shell이라니...;; (1번 프로젝트는 그래도 main 함수에 다 때려박을 수 있었지만 그 후로는... 매번 프로젝트마다 다시 짠 사람들도 꽤 있었을 것이다. -_-)
게다가 그 다음 프로젝트들은 그 shell의 확장. Job control, Signal handling을 이용한 쉘끼리의 메시지 통신, shell에 ftp 기능 달기, 그 ftp 기능을 발전시켜 multi-threaded 파일 전송 구현(다운로드 가속기)하기....-_-;;; 한편 수업은 프로젝트와 전혀 상관 없는 내용들만 나와서(물론 thread 쪽은 그나마 조금 겹치긴 했다), Virtual Memory Manager 디자인하기라든가, 32bit 머신에서 36bit 주소 체계의 메모리를 쓰기 위한 VMM 개선, Thread Manager 디자인, 네트워크 프로토콜 디자인(....) 등 상상을 초월하는 숙제들만 계속 나왔다. 결국 처음 50여 명 정도였던 수강생이, 마지막 수업 때 안 오면 F를 준다고 한 교수님의 폭탄 발언에도 불구하고 20명도 안 올 정도가 되고 말았다. (현재 프로젝트 5번 제출 상황을 봐도 암울하다.) 교수님도 많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나 이미 gg친 사람들을 어쩌랴. orz

이산구조 (CS204, 최기선 교수님)
교수님이 목소리가 자근자근하셔서 매우 졸립다. 교과서가 바뀌면서 ppt 내용과 책이 약간 싱크가 안 맞는 면도 보였다. 게다가 초반에는 진도가 너무 느려서 1 chapter를 1달 동안 나가는 등.. 중간고사 범위가 전체 11 chapter 중 3 chapter였을 정도. 그런데 어느 순간 학생들이 자기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것이 괘씸(?)했는지 무서운 속도로 진도를 빼기 시작해서 1 chapter를 하루(....)에 나가는 속도까지 올라갔다. -_- 그래서 기말고사 때는 진도 끝까지 다 나가고도 시간이 남아서 문제 풀이 시간을 두 번이나 가질 정도였다.;;
다행히 시험은 그리 어렵지 않은 편이었고, 진도가 빠르긴 했지만 그래도 전산학 분야의 기초적인 내용들을 훑어볼 수 있어서 괜찮은 수업이었다. 학점만 잘 나와준다면 추천할 만한 수업인데 교수님이 너무 지루하다.;

디자인 문화와 기술 (ID201, 이건표 교수님)
보통 산디과 지망생들이 1학년 봄학기 때 듣는 과목이나 진로 결정을 늦게 해서 2학년 때 듣는 경우도 많다. 산업디자인이란 무엇인지, 산업디자인 관점에서 디자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지 등을 알 수 있는 과목이다. 산디과 학생이 아니더라도 들어두면 교양 수준으로 매우 좋은 과목. 교수님이 지루하지 않게 적당히 재밌으신 분이다. 동아일보에 컬럼을 쓰시는 등(건축가이신 아버지가 어느날 읽어보라며 들고오신 기사가 이건표 교수님이 쓰신 거였다는...-_-) 대외 활동을 꽤 하시는 것 같고, 산업디자인 쪽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분이신 듯.
수업 자체는 교수님의 ppt와 설명에 집중하면 되는 매우 널럴한 분위기고, 숙제는 2번의 ppt 작성이 있었는데 그나마 전부 발표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출석(...)이 상당히 중요할 것 같고, 수업 때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한 자유 주제의 기말 에세이가 있었으니 그것도 비중이 꽤 될 것 같다.

서양문화사 (HS133, 김종일 교수님)
학점을 날로 먹는 과목(..)이라고 소문나 있다. -_-; 유럽 고대 역사부터 프랑스 혁명기 정도까지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배우는데 중고등학교 때 역사 과목을 잘 했다면 정말 날로 먹을 만한 과목이다. 매 학기마다 시험을 볼지, 레포트를 쓸 지 등이 달라지는데 나같은 경우는 중간·기말 모두 간단한 시험을 보았다. 시험 문제는 그리 어렵지 않고 수업 시간에 나오는 내용을 잘 필기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기말고사는 마지막 수업 때 했던 내용만으로 나와서, 수강신청 때문에 수업에 빠졌던 사람들이 타격이 좀 컸을 것이다 -_-)
가끔 영화나 다큐멘터리 같은 걸 보기도 하고 분위기 자체는 널럴하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너무 "날로 먹는 과목"이라고 소문나서인지 앞으로 교수님이 수업 스타일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

실내악 앙상블 (청강, HS321, 김정진 교수님)
작년 가을학기 때 들었던 과목이나, 너무나 좋은 추억으로 남아서 교수님께 말씀드리고 청강한 과목. 그런데 어쩌다보니 청강한 게 수강했을 때보다 빡쎘다. -_- 작년엔 피아노 4hands 1곡과 아카펠라 1곡(그것도 공연 전주에 사람 늘린다면서 끼게 된 것) 뿐이었는데 이번엔 기타+피아노곡 1개, 플룻+피아노곡 1개, 합창 반주 1개, 합창 노래 1개... 무려 4곡이나 맡았고, 공연 시작곡과 끝곡을 모두 하는 부담스런 상황까지 왔으니...-_-;;;
원래 n학점인 과목인데 0학점 짜리(청강이니까)가 무한 로드를 자랑했다. SP 4번 프로젝트와 맞물리는 바람에 공연 전날 편곡을 완료해 본격적인 연습을 시작해서 초벼락치기했다든가 하는 뒷이야기도....=3=3 (사실 파트너했던 선배가 전자과 실험3를 듣고 있었다는 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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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본 공연. 오늘(7월 1일) 예술의 전당에서 조지윈스턴의 콘서트를 보고왔다.
원래 전혀 예정(?)에 없었는데, 저번 주에 종강하고 집에 오니 갑자기 가족끼리 조지윈스턴 공연을 보러가기로 했다면서 나보고 예매(...)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워낙 늦게 예매한데다 온가족이 가기 때문에 비싼 좌석을 고를 수가 없어 B석인 3층 BOX석을 골라 2석씩 나누어 앉게 되었다.

가족들의 전체적인 평은, 유키구라모토가 동양화처럼 명상적이고 투명한 음악을 구사한다면 조지윈스턴은 서양화처럼 좀더 감정적이고 밀고 당기는 듯한 음악을 구사한다는 것. 뭐 나도 동의하는 의견이었다. 그리고 그가 클래식 기타와 하모니카도 수준급으로 분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기타곡을 확실히 미국 민요 스타일이 묻어났고, 하모니카도 꽤나 수준급으로 잘 불었다. 물론 피아노는 말할 것도 없었고.

피아노 사진

조지윈스턴이 입장하기 직전의 무대

전체적으로 여름을 주제로 한 곡들(이번에 내는 앨범이 그의 사계 시리즈 완성으로 여름을 주제로 한다고 함)로 구성하였는데, 전체적으로 저음 울림을 강조하고 있었다. 캐논 변주곡도 연주했는데 역시 애드립과 함께 저음을 상당히 강하게, 그러나 깔끔하게 주고 있었다. 왼손으로 화음을 깔면서 오른손으로 멜로디와 저음부 근음을 강하게 터치하는 기교를 거의 완벽하게 처리했고, 눈을 감고 들었음에도 별다른 실수 같은 건 눈에 띄지 않았다. (있었다 하더라도 애드립인 것처럼 넘겼으리라.)

클래식 곡들과는 다르게, 재즈 스타일의 크로스오버 곡들인지라 박자가 매우 자유로웠다. 딱딱 맞아떨어지는 박자 대신, 기분 내키는 대로 음을 울려놓고 기다린다든가 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또한 실내악 앙상블 연습 때 어쿠스틱 기타 파트너 형이 했던 슬라이딩 주법도 피아노로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딱 두 개의 음을 그렇게 처리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하는지 궁금했다) 다만 옥의 티라면 페달을 밟고 음을 자유롭게 울리게 두면서 fade-out할 때 음정이 살짝 변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 이것은 피아노의 문제였던 것 같은데, intermission 후에는 그런 현상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잠시 손을 본 듯하다. (그때 바깥에 나갔다왔기 때문에 실제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간만에 본 좋은 공연이었고, 이러한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공연을 처음 가본 형도 상당히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다. (자기도 피아노로 몇몇 곡을 꼭 쳐보고 싶다고 한다) 가끔씩은 좀더 신경써서 이런 공연들도 챙겨서 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