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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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살아가기, 생각하기

김충기 교수님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 강의였던 인간과 기계 수업이 있었다. 저번 시간에 설명했던 리더십은, 겉으로 드러나는 리더로서의 기본 자질·능력에 관한 것이었다면, 오늘 다룬 내용은 리더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관한 것이었다.

미국에 유학 갔다가 반도체 회사에서 일하면서 얻은 management training 이야기, 자기가 진정 살고 싶은 삶을 찾아 온 세상을 두루 돌아다녔다는 헨리 라우웬의 “영적 발돋움” 책 등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 내용을 정리하면, 일에 대한 사랑과 사람에 대한 사랑이 리더십의 근본이며 그 둘이 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적 발돋움” 책에 대해서, 지속적인 자기 성찰을 통해 외로움을 고독으로 승화시키고, 그 고독의 바탕 위에 다른 사람들을 적대(hostility) 대신 환대(hospitality)를 하며, 종교의 경지에 다다라서는 신에 대한 환상 대신 기도를 하는 자세를 가지라는 것이었다. 자기와 자기와의 관계, 자기와 남과의 관계, 그리고 자기와 신과의 관계를 차례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했던 이야기는 그러기 위해서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모두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며, 그래야 다른 사람들도 각자의 마음을 열어준다는 내용이었다.

이걸 들으면서 딱 들었던 첫 생각은, 약간 의외일지 모르나,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거였다. 나는 부모님과 대화를 굉장히 많이 하는 편인데, 정림건축에 입사해서 신입 사원부터 시작해 부사장 자리까지 여러 직책을 두루 거친 아버지를 보면서, 또한 내가 어렸을 때부터 테니스 클럽 회장, 부녀회장, 동대표회장, 학부모회장 등 지역사회 단체 활동을 많이 하셨던 어머니를 보면서, 또한 그 두 분과 대화를 하면서 얻은 생각과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이다. 단지 교수님을 그것을 한 시간 반 수업에 농축시켜, 한 번에 감동적으로, 체계적으로 정리하였을 뿐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다음에 든 생각은 조금 달랐다. 가장 먼저 궁금했던 것이, 과연 이 세상에서 자기 자신의 모든 것을 솔직하게 다 드러낸다는 것이 옳은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사실, 내가 어느 정도 성장하고나서부터는,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내어준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고, 또 무조건 그래서도 안 된다고 직간접적으로 배워왔다. 아무리 자기가 잘 해도 따라오는 시기와 질투는 리더로서 정말 엄청난 자기 희생과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감내하지 않으면 없앨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생생하게 보아왔다. (단적으로, 우리 어머니께서는 동대표회장을 하면서 고소 당해서 법정까지 다녀오셨었지만, 결국은 다른 사람들이 모두 어머니가 옳았음을 인정하고 있다)

누군가가 나서서 힘든 일은 하겠다고 책임을 지면, 올바른 follower가 되어 그 사람을 보좌하고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옆에서 욕하고 흔들어대고, 또 앞에서는 입에 발린 말만 하면서 뒤에서는 이간질하고.. 이것을 부모님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생생히 보아왔다. 원래 리더라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님은 안다. 하지만 아직 내가 본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덜 익었다.

내가 초등학교 때만 해도 상당히 열심히 질문·발표하고 내 의견을 많이 표출했었다. 그러나 중학교·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다른 사람들 눈에 그것이 "잘난 척"으로 비춰지고 있음을 알게 되고부터 그런 걸 꺼려왔다. 내가 알고 모르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일까? 물론 그렇게 하는 데에도 어느 정도 요령이 필요하겠지만, 겸손하고 오만하고를 떠나서 일단 누가 잘 하면 곱게 못 봐주는 풍토부터 없어져야 한다. (물론 나 자신도 완벽하게 그렇지는 못하지만,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누구나 리더십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리더가 되는 데 필요한 마음 가짐, 태도, 준비 자세는 잘 모르는 것 같다. 리더는 외롭다. 하지만 그것을 고독으로 승화시켜야 하며, 또한 일과 사람을 같이 사랑함으로써 조직에서 최대의 능력을 끌어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을 품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너무나 자기 희생을 많이 요구한다.

외롭고 힘들지만 뛰어나고 인정받는 leader가 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리더를 잘 보좌하고 인정받는, 조금은 편한 훌륭한 follwer가 되는 것이 좋을까.

덧. 쓰다보니 부정적인 글이 되어버렸다. 리더십은 사실 그러한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더욱 빛나는 것이리라. 리더가 되고 싶다면 그만한 각오는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