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osted
- Filed under 살아가기, 생각하기
대통령과학장학증서 친수 행사가 오늘에서야 열렸다. 원래는 8월 중순 정도인데, 노무현이 무슨 사정이 많았는지(?) 일정이 상당히 연기되었다.
장소는 청와대 영빈관으로, 당연히 대전에 있는 학교에서 서울로 올라가야 했고, 아침에 조금이라도 늦게 일어나고자-_- KTX를 처음으로 타봤다. 비교적 조용하고 빠르고 다 좋은데 좌석 앞뒤 간격이 좀 좁다는 게 단점. 갈 때는 그래도 깬 상태로 가니까 나았는데 올 때는 잠자려고 다리를 뻗치려면 앞사람이랑 닿아서(동반석 탔음) 불편했다. 서울역에 도착해서(새로 지은 역사가 엄청나게 컸다 -_-) 일단 경복궁 동편 주차장(청와대 관람 버스 대기장소)에 모였다. 신분증 확인·조편성 등을 하고 버스를 타고 영빈관으로 들어갔다. 확실히 국빈들을 대접하는 곳이라 그런지 건물이 상당히 화려했다.
노무현 대통령 및 과학기술계 인사 몇몇이 축사·기념사를 하였는데, 딱 하나 걸리는 게 바로 노무현의 연설이었다. 다른 아이들은 귀찮아서 제대로 안 들은 경우도 있었지만, 나는 대체 이런 자리에서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할까 궁금해서 좀 신경써서 들었다. "행복합니다", "축하합니다" 류의 말을 몇 번씩 반복하더니 시작한 얘기가 갑자기 자기가 이런 자리에 있을 수 있게 되어서 "행운"이라는 거다. 그러더니 자기는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일들이 많이 생겨서 너무 신기하다는 둥, 정치하는 사람들은 과학기술자들이 항상 새로운 걸 내놔서 그거 따라서 정책 만들기 바쁘다는 둥.. 물론 좋게 해석하면 과학기술이 그만큼 발전했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함이었겠지만, 똑같은 의도를 가지고도 말을 왜 저리 못하나 싶었다. 처음에 행운을 언급한 것도, 순간 갑자기 우리가 운이 좋아서 마치 이렇게 된 것마냥(물론 어느 정도는 그렇다고 봐야겠지만, 그런 자리에서 운을 운운하는 건 적절치 않다) 들릴 수 있게끔 말하는 것도 이상했다. 차라리 다른 사람들이 하는 연설이 훨씬 분위기에 맞고 어울렸다. (그나마 마지막에 격려사 할 때는 좀 나았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한식+중국요리가 코스로 나오는 식사를 시작했다. (음식 자체는 매우 맛있었지만 양이 적은 게 탈이었다. -_-) 포항공대 김기문 교수님이랑 같은 테이블이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뭐 특별한 얘기를 한 건 없고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가장 크리티컬했던 것은 김준기A. 그러니까 경남과학고 김준기와 경기과학고 김준기(나)와 한성과학고 김준기가 모두 같은 학년인데, 그 중 서울대 물리학과를 간 한성과학고 김준기가 김준기A였고 내가 김준기B였던 것이다. (게다가 같은 테이블에 바로 옆자리-_-) ㅁㄴㅇㄹ
끝나고 나서 메달을 받고 기념 사진을 찍고 다시 경복궁으로 돌아와서 증서와 기념품을 받았다. 그리고 귀가. -_-
일단 대통령과학 장학생으로 선정되었다는 것 자체는 큰 영광이며 또한 부담이기도 하다. 노무현이 했던 연설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점만 뺀다면 어쨌든 즐거운 경험이었다. (생전 언제 청와대에 가보겠는가. -_-)
나는 잘 못봤었는데, 고등학교 동기 중에 서울대학교포항공대-_-에 간 은지란 아이는 영부인 옆에 앉았었고, 또 근우란 아이는 뚫라(고등학교 교장 별명)와 같은 테이블이었다고 한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