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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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살아가기, 생각하기
요즘 가장 많이 하고 있는 고민들 중 하나가 종교관에 대한 것이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천주교(가톨릭) 집안에서 자랐고(이른바 모태 신앙이라고 표현한다), 자연스럽게 천주교 신도가 되었다.

내가 중학교 정도 다닐 때까지만 해도 종교(천주교)에 대해 '성당 가는 게 가끔 귀찮다'라는 정도 외에는 별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고등학교에 올라온 후부터는 부쩍 종교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

특히나 기숙사 생활을 하는 고등학교였기에, 또 나름대로 머리가 좋다는 아이들이었기에 진지한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었고, 또 서로의 일상 생활이 적나라하게 다 드러나기 때문이다. 기독교를 믿는 아이들도 있었고, 천주교를 믿는 아이들도 있었고, 그것도 저것도 아니고 아무 종교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소위 '과학의 세례'를 받으면서 나도 모르게 점점 주변의 모든 사물과 현상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자 했고, 그 과정에서 단연 가장 큰 이슈가 된 것이 종교였다. 종교는 애초부터 증명할 수 없는 것이라 했던가.

꽤 어렸을 적, 그러니까 초등학교 3, 4학년 정도였던 것 같다. 선생님한테 나는 불가지론자라고 하니까 많이 놀라셨다. (무엇이라고 말씀하셨는진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그때 이해했던 불가지론자의 의미는 '인간은 초월적 존재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다'라는 것이었다. 지금 이해하고 있는 의미는 그때와는 조금 다르지만('불가지론자'라는 말도 듣는 사람에 따라서 매우 이단적으로 들릴 수 있다) 기본 뜻은 비슷하다.

고등학교 때 나는 사람이 종교를 가지게 된 이유, 또 필요로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고민했다. 삶에서 겪는 어려움, 역경 속에서 의지할 존재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고. 실제로 나도 일상에서 어려운 일이나 걱정되는 일이 있으면 하느님에게 기도하기도 한다. 기도에서 직접적으로 '하느님, ~ 해 주세요'라고 하진 않아도 스스로 용기를 북돋는 차원에서 마음으로 바란다. 어렸을 때 형성된 습관인 잠자기 전 성호를 긋고 기도하는 것도 없어지지 않았다.

친한 친구 중에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있는데, 그 친구는 중학교 때 굉장히 날라리처럼 놀다가 기독교를 접한 것을 계기로 신앙에 의해 자기 자신을 놀랍게 변화시켰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내가 볼 때는 그러하다) 그 친구가 대화 중에, "우리 나이 정도에 종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스스로 고민해 봤고 받아들였기 때문이야"라는 말을 했었다.

그 말이 나에게 새로운 국면의 고민을 가져다 주었다.
단지, 내가 가톨릭을 믿는 것은 태어날 때부터 집안이 믿어서라는 이유밖에 없는 것인가? 솔직히 말하면 그렇다고도 할 수 있다. 그 친구는 분명 고민과 많은 생각 끝에 스스로 종교를 받아들였고 하나님에 의지하며 힘든 상황을 많이 이겨내 왔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경제적인 부분이나 정신적인 부분은 상당 부분 부모님과 가족에 의지하고 있지만 내가 스스로 결정해야 할 일들이 많아졌다. 종교 문제도, 이제 내가 스스로 마음을 정하지 않으면 점점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성당을 가는 것, 천주교 신앙 생활을 계속하는 것도 내가 스스로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딱 마음을 끊든지 해야 하는 때가 곧 올 것이다. 그때가 결혼할 때이든 언제든 상관없이.

종교 활동은 일상 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기본적인 시간 계획을 짤 때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내가 그 활동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배제해야 하고 받아들인다면 수용해야 할 것이다.

종교라는 건 경우에 따라 굉장히 편협되고 배타적인 시선으로 상대를 바라볼 수 있게 만들기도 한다. 나는 신앙 때문에 객관성을 잃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내가 종교에 지나치게 빠지는 걸 스스로 경계하는 것이기도 하다. 단순히 경전에 의해 그것이 진리이기 때문에 믿어야 한다는 건 나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

위대한 과학자들은 오히려 더 깊은 신앙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어 보았지만, 그런 이야기도 웬지 수긍이 가지 않는다. 일상에서 지나치게 종교에 얽매이는(그걸 얽매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건 나로서는 내키지 않는 일이다. 그렇다고 당장 아무런 종교도 안 믿겠다라고 하기엔 이미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신앙'이 허락하지 않는다.

나에게 있어 신(하느님이든 하나님이든, 아니면 신은 아니더라도 초월적 존재 정도로 볼 수 있는 부처님이든 간에)은 누구인가? 또, 다른 사람들과 구분되는 내 정신은 흔히 말하는 영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내가 인지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과 같은 세상인가? 신앙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삶과 사고방식에 영향을 끼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른바 내세, 그리고 비물질적인 어떤 다른 세계가 존재하는가? 존재하든 안 하든 그것을 믿어야 하는 이유가 있는가? 나는 불가지론자인가? ....

왜 나는 아직도 내가 계속 천주교라는 종교를 가져야 할지 그 정당성,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끊임없는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