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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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 블로깅을 하면서 전 룸메 녀석이 맨날 글만 길고 사진이 없다면서 궁시렁(?)거리길래 이번엔 몇 장의 인증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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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방에 들어섰을 때의 모습. 오른쪽 문은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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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의 모습. 집에서 이불이랑 베개 가져오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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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와 책상. 별다른 거 없이 그냥 시원시원 넓어서 좋다. 아쉬운 건 전등 스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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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도 카이스트에서 쓰던 거에 비하면 아주 남아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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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창밖 풍경. 보이는 건물은 유치원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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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입구에서 본 복도 모습. 가운데 박스는 편지함이다. 공동 부엌은 보는 방향 반대쪽이다. (나중에 사진 올릴 생각)


사실 오늘은 international office meeting하고 끝나자마자 시내 나가서 돌아다니면서 핸드폰 구입·SIM 활성화 및 선불폰 결제, Nordea 은행에서 계좌 만들 수 있는지 알아보기 및 기숙사비 지불 등을 하고 바로 학생회에서 이끌었던 볼링 치기 + 술집까지 계속 밖에서 돌아다녔더니 힘들어서 긴 글을 쓰기는 힘들 것 같다. (맥주를 조금 마셨는데 너무 피곤해서 먼저 들어왔다. 대부분의 가게가 일찍 문을 닫나 했는데 역시 밤을 위한 업종은 계속 열더군. 다행인 건 지하철이 꽤나 늦게까지 다니는 것 모양이다. 정확한 시간은 아직 못 물어봤지만 차 끊기는 시간을 다들 별로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들어올라나 모르겠지만 학생회에서 알아서 해주겠지..?)

아무튼 아까 시내를 같이 돌아다니며 두 친구하고 했던 얘기가 바로 한국의 핸드폰 제도(?)가 참으로 이상하다는 거였다. 얘네들은 핸드폰 기계와 SIM 카드를 완전히 별도의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고, 실제로 자기 핸드폰을 그대로 가져와서 SIM만 바꿔서 사용하고 있다. 그러면서 나보고 왜 핸드폰(물론 영어로는 cellphone이라 말하지만 어쨌든)을 안 가져왔냐고 묻는 거다. 일차적으로 이곳은 GSM 방식을 쓰고 한국은 CDMA 방식을 쓰기 때문인 것이 가장 크지만, 한국 핸드폰들은 SIM 카드를 못 바꾸도록 락이 걸려있다고 얘기해주니 이해가 안 간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친구들이 이상해하는 건 삼성 같이 세계적인 전자제품·핸드폰 회사를 가지고 있는 한국에서 왜 그렇게 당연하게(?) 되어야 할 게 안 되는 건가 하는 점인 것 같다.

뭐 대충 통신회사들 관련해서 좀 문제가 있다고만 얼버무리고 넘어갔는데, 자기 핸드폰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SIM만 바꾸거나 SIM을 유지하면서 핸드폰만 바꾸는 것을 자유롭게 하는 아이들을 보니 부럽다. ㅠ_ㅠ 이런 건 그냥 전세계 표준 하나로 통일해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어쨌든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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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 15
KTH Hallen

오늘 아침엔 캠퍼스 투어가 있었다. 역시 그동안 한국에서 맨날 새벽 5시에 자는 생활을 계속했더니 여기서는 아침 7시에 잠이 딱 깨는 아주 바람직한(?) 생활리듬이 되었다.;;; 여유롭게(?) 샤워하고 아침은 전날 기숙사 앞 가게에서 사다둔 시리얼과 우유로 일단 간단하게 해결했다.

잠자리에 관해 언급하고 넘어가자면, 침대 자체는 뭐 그냥저냥 쓸 만 했으나, 방에 있는 난방기가 창가에 있는 라디에이터 하나 뿐인 데다 1인실 치고는 방 크기가 좀 커서 방이 그다지 따뜻하지는 않았다. 뭐 보온성이 좋은 이불을 가져온 덕분에 이불을 꼭 덮고 자서 춥게 자지는 않았지만, 역시 한국의 온돌이 정말 대단한 발명품이라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내가 속한 그룹의 캠퍼스 투어는 KTH Hallen에서 처음 시작했다. 학교 안으로 꽤 깊숙히 들어가야 있는 건물인데, 'hall'이 들어간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큼직한 내부 공간이 있는, 알고보니 체육관 건물이었다. 난 여기가 그냥 일종의 약속 장소인 줄 알았는데, 어느 정도 학생들이 모여들자 갑자기 신발을 벗으라더니 아래층의 에어로빅 연습장 같은 곳으로 데려간다; 권투 글러브와 패드를 잔뜩 가지고 오더니 하나씩 끼어서 짝지으라고 하곤 음악을 틀어주면서 복싱 비스무리(?)한 것을 시키더니 한 30분 동안을 계속 운동시켰다;;; 그러고 나서야 하는 얘기가 체육관에서 이러저러한 프로그램들이 있으니 많이 이용하라는 거였다; 그러니까 그 자체가 일종의 소개 코스였던 셈.

체육관 자체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남녀 탈의실 및 샤워실이 갖춰져 있고 깔끔하고 잘 정비되어 있는 각종 운동기구들, 내가 여태껏 가본 그 어떤 헬스장보다 훌륭한 시설을 갖춘 웨이트 트레이닝 기구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것을 감싸는 체육관 건물 자체도 철근과 목재를 이용한 것으로 복잡하거나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깔끔하고 실용적인 멋을 추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다음엔 다시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학교 안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여기가 뭐하는 곳인지 등을 알려주었다. 이게 건물들 생김새가 다 비슷비슷한데다가 한국처럼 간판을 눈에 띄게 붙여놓질 않기 때문에 겉으로만 봐서는 도대체 무얼 하는 건물인지 알기가 힘들다. 학용품을 살 수 있는 곳이라든가 학교 내의 레스토랑, 우체국 등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

투어를 마치고 삼삼오오 각자 갈 길을 가는 가운데 나는 인도네시아에서 온 Alfredo, 중국에서 온 장천(중국식 발음으로 굴려서), 중국인이지만 싱가포르에서 온 Steve(이제 원래 이름 알려주기를 포기한 듯-_-)와 함께 아까 소개받은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다. 62:-짜리를 사먹었는데 한국에 비해 물가(?)가 좀 비싸긴 해도 샐러드바 개념이 있는 곳이라 야채, 커피, 쿠키 등을 맘대로 가져다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문제는 스웨덴 사람들이 영어로 말을 걸면 말은 통해도 메뉴판을 죄다 스웨덴어로 적어놔서 음식이 나오기 전엔 무슨 음식인지 알 수 없다는 거;; (물론 직접 물어볼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으니...)

Meeting with International Coordinator

오후 2시부터는 담당 coordinator와의 미팅이 있었다. 그동안 계속 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았던 Torkel Werge를 드디어(-_-) 직접 볼 수 있었다. 상상 속의 이미지와는 좀 달랐지만 꽤나 인상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다. (이걸 말로 어찌 표현해야 할 지...) 꽤나 많은 학생들이 왔지만 일찍 도착한 덕분에 따로 인사 나누고 악수까지 할 수 있었다.; 뭐 수강신청이나 학교 생활에 관한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했는데 생각보다(?) 중요한 내용들이 많이 나오진 않았다. 나한테 중요한 내용이라면 수강신청시 시간표가 겹치지 않는지 꼭 확인해보라는 것과 Information Technology 쪽 과목들은 Kista[footnote]영어로는 '키스타'라고 읽지만 스웨덴어로는 '치스타'에 더 가깝게 발음하는 듯.[/footnote]라는 한 시간쯤 떨어진 다른 캠퍼스에서 열리니 Computer Science 쪽 학생들은 강의 장소를 꼭 확인해보고 가급적 한쪽 캠퍼스에 집중되게 신청하라는 것 정도. (두 과가 서로 다른 과이지만 수강신청하다보면 서로 엇갈려 신청하게 될 수 있단 얘기다.)

사실 미팅보다 더 인상깊었던 것은 학교 캠퍼스 건물. 우리나라로 치자면 큰 빌딩의 로비 층 정도에서나 쓸 법한 층고를 아주 당연하다는 듯 대부분의 건물(기숙사는 낮은 편이지만 한국보다는 높다)에서 쓰고 있다. 그리고 방들도 다 큼직큼직한 게 스웨덴 사람들이 원래 몸집이 커서 그런지는 몰라도 건물 스케일 자체가 굉장히 크다. 건물들은 아마도 20세기 초에 지어진 것 같지만 계속 보수도 하고 그 자체를 깔끔하게 써서인지 겉은 낡아보여도 속은 새 건물 같았다. 또 옛날에 만들어진 구조 중에서 불편한 부분들은 현대적으로 다시 리모델링해서 쓰고 있기도 하고(가운데 천장이 뻥 뚫려있는 돌림 계단의 윗부분을 유리로 막고 아래 공간을 로비로 사용한다거나), 그저 단순한 중세~근대 사이쯤의 건물 같으면서도 곳곳에 현대적인 인테리어가 녹아들어 있었다.

Lappis의 부엌

어제 공동 부엌에서 같은 층에 사는 이탈리아 남자를 만났었다고 했는데, 오늘 저녁 때는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쌀을 못 구해서 결국 앞 가게에서 빵과 잼을 사다가 간단하게 먹었는데(나중에 물어보니 쌀을 팔긴 판다고 함), 타이완에 산다는 여학생(...이름 까먹었다 OTL)한테 간단하게 부엌 사용법을 듣고 다시 다른 백인 여자분(이름은 밀레나, 스톡홀름 대학에서 human resource management의 master degree 2년차라고 하는데 나이가 좀 있어보였다. 그리고 이로 인해 이 기숙사를 KTH만 쓰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한테 좀더 깐깐(...)하고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어째 이거 전공 티가 나는데...) 아직 새로 입주할 사람들이 다 안 들어와서 못하고 있지만 몇 명 더 오고 학기가 시작되면 welcome party를 하게 될 거라고 했다.

부엌에는 공용으로 아무나 사용할 수 있는 조리 도구, 청소 도구 및 식기 등이 있고 각 방마다 별도로 배정된 식료품 저장 공간이 있다. (냉동실 한 칸, 냉장실 한 칸, 찬장 한 열. 찬장은 방과 동일한 열쇠로 잠글 수 있다.) 복도에 있는 캐비넷에는 복도나 자기 방을 청소하는 데 쓸 수 있는 청소 도구가 비치되어 있다. 다른 층이나 다른 기숙사도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여기서는 Kitchen Guard라는 제도가 있어서 일주일마다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부엌의 청결과 공용 공간(복도 등) 청소를 담당한다. 일종의 청소 당번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곳 기숙사는 외부인의 출입이 상당히 엄격하게 통제되어 있어서 내부를 거의 학생들이 관리하는 것 같다. 방에 들어가려면 건물 출입구의 전자키, 층별 비밀번호, 각 방별 열쇠까지 3단계를 거쳐야 한다.) 다행히 나는 순서가 한참 뒤라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 따라하면 될 거라고 설명해주었다;

매달 1일에는 TV 위에 있는 작은 저금통에 각자 10:-씩을 넣고 그 돈으로 필요한 공용 물품을 구입한다고 한다. (이를 담당하는 cashier는 따로 있는 듯.) 매주 일요일에는 쓰레기통을 비운다거나 하는 일을 하게 되어 있고, 만약 이를 잘 수행하지 않으면 kitchen guard를 일주일 더 해야 한다고 한다.

두 사람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원래 다들 요리에 서툴다면서 걱정하지 말고 맘껏(?) 해먹으라고 했다. 그 타이완 여학생은 곧 이탈리아로 가기 때문에 남은 식재료를 다 써야 한다며 이것저것 왕창 잡다하게 집어넣은 수프를 끓였고(김치를 매우 좋아한다고 해서 내가 싸온 김치를 한 번 맛보게 해줄까 생각 중. 내친 김에 김치찌개나 한 번 만들어볼까-_-), 밀레나는 라면은 아니지만 뭔가 건조된 형태의 면을 물에 넣고 전자렌지에 돌리고 있었다. 내가 설거지를 하고 나갈 때쯤 어제 만난 이탈리아 남학생이 왔는데 뭔가 끓이는 것까지밖에 못 보았다. (이제 이름을 알아들었으나.. 이번엔 기억이 안 난다. orz)

혹시나 해서, 밀레나한테 실수로 그릇 깨먹으면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니 돈으로 물어낼 필요까지는 없다면서 근데 그릇 분리수거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2006년 가을에 여기로 교환학생을 왔었던 스팍스 선배인 미래 누나가 '유럽에서의 인간관계 중 90%는 부엌에서 이루어진다'라고 했던 말이 생각날 만큼, 부엌에서 서로 같이 음식을 해먹다보면 사람들하고 금방 친해질 것 같다.

ps. Lappis가 원래는 Lappkärrasberget의 준말(?)인데, 정확히 확인은 못해봤으나 Jian Hua의 말에 의하면 원래 뜻이 '과학자들의 언덕'이라고 한다.;

[NOTE] There were some mistakes of person names, and now corr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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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 13
18시간에 걸친 비행기

늦게 도착한 맥북프로 덕분에 그다지 익숙치도 않은 MacOSX로 데이터 옮긴답시고 별의별 이상한 삽질을 하다가 결국 가장 간단한 FTP로 파일 전송을 시킨 게 결국 출발 당일 아침이었다. -_- 짐싸는 건 부모님의 도움으로 뭐 대충 두어 시간만에 후다닥 쌀 수 있었다; 학교에서 쓰던 노트북용 백팩과 새로 산 여행용 가방을 거의 꽉꽉 채우다시피했는데 그 원인은 바로 밥통. 여행용 가방은 비행기 수하물 제한 무게인 30kg에 딱 도달했고 등에 매는 백팩은 무게를 재보진 않았으나 완전 군장하고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환전을 미리 해놓지 않아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공항에 있는 우리은행 환전소에서 한 번에 해결되었다. 뭔가 엄청 큰 돈을 바꾼 것 같은데 막상 낡은 스웨덴 크로나로 받아놓고 보니 이게 얼마 어치인지 잘 감이 오질 않는다.; 출국 수속을 밟기 전에 우리은행 환전소에서 물어봤을 땐 스웨덴에서 사용 가능한 전화카드가 없다고 했으나 수속 마치고 면세점 지역에서 스웨덴에서 사용 가능한 국제전화 카드를 구입할 수 있었다.

30분 딜레이됐다가 또 30분 더 딜레이된 첫 비행기. 대만을 경유하여 총 7시간여의 비행 끝에 방콕 현지 시각 12시 30분 도착. 다음 비행기가 원래 12시 5분 출발이었으나 40분 정도 함께 딜레이되면서 가까스로 탈 수 있었다. (이때 어떤 머리 희끗한 스웨덴 아저씨 한 분이랑 같이 그 큰 수완나폼 공항을 완전히 가로질렀는데, 그 아저씨는 무빙워크 반대 방향으로 들어가서 넘어질 뻔하질 않나 중간에 검색대에서 가방을 놓고 올 뻔하질 않나... 그 아저씨 나 아니었으면 뭐 하나 빠뜨렸을지도;; -_-)

장장 11시간 동안의 비행이었다. 태국에서 휴가를 마치고 돌아가는 스웨덴 사람들이 거의 95%였던 것 같다. 태국인 승무원들을 제외하고 최소 반경 20m 내는 모두 스웨덴 사람. 밥 먹고 자고 좀 왔다갔다하다가 옆자리에 앉은 스웨덴 여자한테 스웨덴어 인사말 가르쳐달라고 해서 조금 배우고 거꾸로 한국어도 살짝 알려주었다. (조사의 개념을 설명해줬을 때 상당히 신기해했다) 그 여자랑 그 옆의 남자랑 연인 사이인지 부부 사이인지 잘은 모르겠으나 아주 소리가 다 들리도록 쪽쪽 빨아(?)댔다. 역시 문화의 차이인가.. 내가 보고 있어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하지만 비행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이 사람들이 엄청나게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이다. 내용이 진지한 것이든 아니든(사실 스웨덴어라 잘 모르겠지만, 미국드라마의 원작 소설로 보이는 책도 있고..) 연인끼리 함께 책을 보고 있기도 하고 책이 아니면 비행기 좌석에 있는 광고지나 신문이라도 읽고 있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다 열심히 읽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본 어느 집단보다도 비율이 높은 것은 확실하다. 나중에 스톡홀름에서 지하철을 탔을 때도 같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쨌건 장장 18시간에 걸친 비행 끝에 스톡홀름 현지시각 오전 7시 반에 Arlanda 공항에 도착했다. 여권 검사만 하고 따로 물품 검사를 하지 않아서 간편하게 입국 수속을 끝마쳤다. 집에 전화하려고 공중전화 쓰는 방법 알아내느라 한참동안 삽질했다: Info desk에 공중전화 위치를 물어보니 한참 멀리 있다. -> 공중전화갔더니 동전이 없음 -> Info desk로 돌아와 바로 옆의 세븐일레븐에서 물 한병(22Kr) 사서 동전 만듬 -> 공중전화에서 동전을 넣었더니 최소 10Kr를 넣어야 한다고 나옴 -> Info desk 가서 동전 바꿈 -> 마침내 집에 전화할 수 있었다. 수십 kg 짜리 카트를 가지고 몇 번을 왔다갔다 한 건지;;

2008. 1. 14
스톡홀름으로

기차를 탈까 버스를 탈까 고민하다가 짐이 너무 많은 관계로 기차가 편할 것 같아 Arlanda Express를 탐. 160km/h의 속도로 달려 20분만에 스톡홀름 중앙역에 도착했다. Tourist info-center 직원이 나이를 물어보길래 만 20세라고 말해줬더니 뭐라고 쏼라쏼라 하다가 원래 200Kr인 것을 110Kr로 깍아주어 싸게 탈 수 있었다. 카트에 짐을 실은 채로 엘레베이터를 타고 한 층만 내려가면 바로 기차 플랫폼이어서 짐을 매우 편하게 실을 수 있었다.

스톡홀름으로 향하는 동안 해가 떴다. 뜨긴 뜨는데 일출이 아주 느릿느릿하게 진행되었다. 지평선 언저리가 불그스름한 빛을 띄더니 이내 구름에 다시 가렸다. 그래도 이날은 햇빛이 좀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해가 최고로 높이 올라가도 한국의 느낌으로 치자면 한겨울 오후 4시쯤과 비슷하다. (그리고 여기서 오후 4시가 되면 해가 완전히 져서 깜깜하다)

지하철을 찾아 옆 건물로 이동하여 잘못된 플랫폼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찾아가는 삽질 끝에 학교 도착. (지하철 승차권은 일단 230:-[footnote]스웨덴 크로나를 영문으로 쓰면 SEK가 되는데 원화의 원 기호처럼 ':-'를 화폐단위 기호로 쓴다. 소수점은 점이 아니라 콤마로 구분한다.[/footnote]로 7일짜리로 끊었다. 나중에 만난 사람 중에 지하철을 횟수 단위로 끊은 사람이 있었는데 학교를 자주 왔다갔다하게 되고 힘들면 버스를 타기도 하므로 정기권을 사는 게 훨씬 이익이다.)

학교에 도착하니 오전 8시 30분. 대부분 업무가 9시부터 시작인지라 문을 연 곳이 없었다. 이걸 생각 못하고-_- 그 무거운 짐을 질질 끌면서 info-center 갔다가 도서관 갔다가 학생회관 건물 갔다가 다시 info-center 갔다가 도서관의 accommodation office로 겨우 이동했다. 여기서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에서 온 다른 교환학생들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산둥성에 사는 중국인이지만 싱가포르에서 유학하다가 교환학생 왔다는 Jian Hua를 만났다. 특히 이 친구의 도움으로 꽤나 먼(엘레베이터 없는 지하철 한 정거장 + 짐 없을 때 경보로 10분 걸리는 산책길) 기숙사까지, 더군다나 엘레베이터도 없는 4층까지 30kg짜리 짐가방을 무사히(?) 옮겨놓을 수 있었다.

Jian Hua와 함께 일단 점심을 사먹었다. 기숙사 지역에 있는 Professorn이라는(어째 작명 센스가-_-) 자그마한 레스토랑에서 모든 재료가 스웨덴어로 적혀있는 알 수 없는 메뉴판을 보고 시켰다. (음료는 역시 리필이 안 되더라.) 그랬더니 생각 외로(?) 엄청 많은 양이 나와서 상당히 배부르게 먹었다. 그나마 워낙 힘들고(30kg이 넘는 짐을 대충 1km 좀 못 되는 길을 따라 옮기고 4층까지 계단으로 끌어올렸으니) 다 먹은 거다. orz

짐을 풀었다. 혼자 쓰는 방이고, 화장실도 각 방마다 따로 있다. (나중에 물어보니 이런 구조 때문인지 남녀가 같은 층에서 섞여있는 것 같다.) 수도꼭지 돌려보니 따뜻한 물도 잘 나온다. 공동 부엌에 가보니 꽤나 아늑하게(?) 잘 꾸며져 있다. TV와 DVD-Player, 공동 식탁과 소파도 있고, 공용 냉장고에 기본적인 식기와 취사도구, 전기 스토브, 전자렌지 등 웬만한 거 있을 건 다 있었다. 여기서 같은 층 407호에 산다는, 수프를 끓이고 설거지하고 있던 이탈리아 남자를 만났는데, 이름을 물어봤으나 발음이 너무 어려워서 결국 못 알아들었다. (못 외운 게 아니고 못 알아들었음에 주목-_-)

2008. 1. 14
Mingling Party (4:00pm ~ )

오후 4시(이때 이미 해는 진 뒤였다.)부터 Nymble이라 불리는 학생회관에서 교환학생 mingling party가 있었다. 일종의 ice-breaking을 위한 시간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때 기숙사에서 학교까지 거리·시간을 재어보니, 대략 12분 정도를 부지런히 걸어가서 지하철을 타야 하고 학교 information center까지 도착하는 데 넉넉잡고 40분이 걸렸다. 오늘은 몸이 피곤해서 그렇지 일단 적응만 된다면 공기가 매우 맑은 산책길이기 때문에 아주 좋을 것 같다.) 아시아계 사람들은 대부분 중국인이었고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에서 온 사람들이 조금 있었는데 모두가 싱가포르 대학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한국인들은 나 말고 아무도 없었고(이거 영어공부 완전 제대로다..orz), 우리 학교에서 오기로 한 사람은 아직 도착하지 못한 것 같다. 처음엔 이 사람들하고 주로 얘기하다가 나중에는 유럽에서 온 사람들(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핀란드, 터키, 스페인 등)과 만나 서로 자기소개도 하고 이런저런 거 물어보기도 했다. 서로의 문화권에서 자주 사용되지 않는 이름들을 외우려고 하다보니 나중에는 다들 쥐쥐치고 그러려니 or 영문 닉네임으로 대체하는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이름 외우기가 이렇게 힘든 줄 처음 알았다. 학교 동아리에서 이름쌓기 게임 하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_-) 몇몇 좀 얘기를 많이 한 사람들과는 따로 종이에 연락처를 적어두었다.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의 다양한 영어 발음을 듣다보니, 어느 부분에 강세를 주고 어느 부분을 장음으로 끄느냐에 따라 알아듣는 정도가 달라짐을 알 수 있었다. 예 를 들어 'computer'를 발음할 때 u를 좀더 길고 분명하게 발음하면 훨씬 잘 알아듣는다. 이건 미국식이라기보다는 영국식 발음인 듯. 이런 게 바로 산 영어 학습(?)인 걸까;;;

돌아올 때는 벨리나(?)라고 하는 독일 여학생과 Jiang Hua와 함께 같이 왔는데, 밤이 되었음에도 바람이 좀더 세게 분다 정도지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지거나 하지는 않는 듯하다. 일단 이건 뭐 오후 6시밖에 안 됐는데 완전 한밤중이다. (전에 유럽여행 갔을 땐 비슷한 위도에서 밤 9시가 되어도 해가 안 져서 사람 헤매게 만들더니 이번엔 반대다)

내일은 아침에 캠퍼스 투어가 있고 오후에는 그동안 메일로만 연락을 주고받았던 각 school별(school이란 학부와 과의 중간쯤 되는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international coordinator와 직접 만나 이것저것 안내받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학교에 노트북 들고 가서 혹시 무선랜을 쓸 수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일단 info-center 등에 우리나라 관공서처럼 인터넷 PC가 설치되어 있으니 급한 대로 이걸 쓸 수는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