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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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살아가기, 생각하기
오늘(2005년 5월 12일)은 내가 만으로 18세가 되는 (18금이 먼저 떠오르는..orz) 날이다.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하루가 되는 듯 싶었는데, KAIST Orchestra 공연이 끝난 후 있었던 MR 정모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을 날이 되었다.

KAIST Orchestra 공연도 간만에 만난 오아시스처럼 매우 좋았다. 내가 어렸을 때 즐겨 듣던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이라든지, 차이코프스키의 꽃의 대왈츠(맞나?) 등을 연주했는데 아주 잘 했다기보담도 내가 좋아하는 곡들을 직접 연주하는 걸 자세히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았다. Orchestra 공연 끝날 때 앵콜 연주를 했는데, 갑자기 제1바이올린 악장과 지휘자 분이 옷과 자리를 바꾸고 바이올린과 지휘봉도 바꾸더니, 정말로 바꿔서 연주를 하는 게 아닌가. 악장이었던(...) 그 형은 매우 열정적(!)으로 지휘를 했는데 관객들은 다 웃었다. (정말 웃겼다-_-) 그러더니 양쪽 끝에 앉아있던 연주자들이 나와서 무대 앞을 장식한 ㅤㄲㅡㅊ들을 뽑아서 던져주는 것이다. 일순간 환호가 터졌다.;; 퇴장하고 나서 사람들이 꽃다발을 주러 무대 및 준비실에 잔뜩 몰렸는데, 나는 용선이(고등학교 때 같이 오케스트라 동아리를 했었다)를 만나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그렇게 공연을 잘 보고, MR 정모 갈 시간이 딱 됐길래 바로 MR 동방에 갔다. 그런데, 같이 공연을 보러왔던 태경이 형이 먼저 간다 그래놓구선 안 오는 것이다. 분명히 먼저 간다고 했는데... 중간에 어디로 샌 걸까 궁금해 하고 있던 참에, 정모 끝날 때쯤 갑자기 케익을 들고 나타나는 게 아닌가. 자기 말로는 자전거 타고 어은동 쪽에 나가서 사왔단다. 정모와 MRG 팀 세미나가 끝나고,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약간의 생일빵(?)을 당한 다음 촛불을 켜고 동아리에서 생일 파티를 해 주었다. MR 선배들 얘기에 의하면 원래 MR에서 남자 생일을, 그것도 1학년 남자 생일을 이렇게 챙겨준 적이 없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된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아무튼 생일을 챙겨준 태경이 형한테 고마웠다.

정말이지, 개인적으로 축하받는 생일은 초등학교 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누군가한테 '고맙다'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도 매우 감사할 일이다. 앞으로 나도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좀더 잘 챙겨주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