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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 스포일 주의
지난 토요일에 라디오키즈님이 주최하신 블로거 영화모임이 있었다. 덕분에 내심 기대하고 있던 WALL·E를 볼 수 있었다. 나날이 발전해가는 컴퓨터 그래픽은 이제 더 새로울 것도 없을 정도였고, WALL·E와 Eve라는 두 캐릭터의 묘사와 '소비가 미덕'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거대 기업 BNL로 인해 쓰레기로 가득찬 지구와 이를 피해 도망간 인간들을 통해 시사하는 환경에 대한 메시지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마지막에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서 뭐가 없을까 기대했었는데 그래도 좀 벙 찌게 만드는 것이 하나 나와서 기대를 실망시키진 않았다;; (보면 안다..ㅋㅋ) 또한 어떤 로봇이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로봇 시스템이 부팅되고 나서 애플컴퓨터가 부팅될 때 나는 그 '짠~'하는 소리도 재미있는 패러디였다. (나는 잘 못 봤는데 크레딧에 스티브 잡스가 있다는 얘기도... -_-)
아무튼 WALL·E를 보고나선 형과 함께 예매해둔 다크나이트를 보러 갔다. (용인 수지의 집에서 서울 홍대에 갔다가 다시 수원으로.. 북에 번쩍 남에 번쩍..)
기존의 배트맨 영화 시리즈가 말 그대로 권선징악과 화려한 특수 효과로 무장한 '헐리웃 영웅'이 주는 이미지를 잘 표현하여 어떻게 보면 어린이용 영화에 가까웠다면, 이번의 다크나이트는 배트맨과 조커, 그리고 고담시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하비 덴트의 심리 묘사를 통해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 문명인으로 포장된 사람의 내면이 드러났을 때 어떻게 될 것인지 등에 대한 고뇌를 잘 표현하고 있었다.
조커 역을 맡았던 히스 레저의 연기가 가장 압권이었고, 예전에 조커를 연기했던 배우가 이게 배우를 잡아먹는 역할이니 조심하라고 했다는 말이 있을 만큼 정말 그 역에 완전히 빠져서 연기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음흉하고 미치광이스럽지만 또한 동시에 사람의 가장 추악한 내면을 여과없이 드러내어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조커. 조커가 '나는 배트맨이 있기에 완성된다'고 했듯 배트맨 또한 조커가 있기 때문에 더욱 그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또한 얼굴의 반쪽을 화상으로 잃어버린 하비 덴트가 보여주는 양면성도 이 영화를 빛나게 하는 요소라 할 수 있겠다.
간만에 아무 생각 없이 즐겨본 하루였다. 위 두 영화는 어쨌든 영화 좀 본다 하는 분들이라면 꼭 봐야 할 영화로 추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