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2005 MBC 대학가요제 = 2005 MBC 대학가요제가 그 스물 아홉 번째 만남을 통해 대학생활 최고의 추억을 선사한다. 김용만과 이효리가 진행하는 이번 대학가요제는 15일 대전 KAIST 잔디광장에서 그 화려한 막을 올린다. 과학과 자연의 만남을 모토로 대학생들만의 순수한 열정의 무대를 만든다. 여느 해보다 수준 높은 음악으로 치열한 경쟁을 펼친 13팀이 본선에 진출했으며 특별공연도 마련된다. 노홍철이 참가자들과 함께 '나는 문제없어'를 부른다. Buzz와 샌드페블즈의 여병섭은 1977년 대상 수상곡인 '나 어떡해'를 함께 부른다.출처 : 네이버 뉴스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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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치고 매점에 내려오니, 몇몇 친구들이 대학가요제 보러간다길래 그냥 구경이나 할 겸 같이 따라갔었다. (끝까지 다 보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무대 구경만 하고 이따가 기숙사 휴게실에서 TV로 하이라이트 같은 것만 애들이랑 같이 볼까 생각 중이다—실은 그것도 귀찮아서 안 할 가능성이 농후.)
창의학습관 근처부터 노란색 줄로 이리저리 둘러서 사람들이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게 해 놓았다. 과학도서관 뒤쪽으로 돌아가니 오리연못 다리와 동산(?) 사이 길에 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중고생들이 눈에 많이 띈다) 리허설을 하느라 김용만과 이효리가 수상식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음량이 엄청나서 사실상 과학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건 불가능할 것 같다. (어차피 토요일이라 일찍 문을 닫긴 하지만.. 유리챵이나 안 깨질까 모르겠다-_-)
대략 세종대왕 동상은 객석 한 가운데 들어가 있고-_-; 작은 의자들을 아주 빼곡하게 채워놓았다. 무대 설치는 저번 월요일부터 시작했는데, 그동안 쿵쾅거리면서 열심히 만들었는지 그럭저럭 볼 만하다. (어제 밤에 "달밤의 체조"를 하고 온 룸메가 리허설하는 걸 봤는데 멋있었다고 한다. 차라리 리허설만 볼걸 그랬나.-_-)
가장 특이했던 점은, 창의학습관 1층의 대형휴게실을 분장실로 쓰고 있다는 것. -_-;;; 처음에 갈 때는 별로 신경을 안 쓰서 몰랐는데, 올 때 보니까 거울에 화장품 등등이 놓여 있는 것으로 봐서 분장실로 쓰는 모양이다.
쩝. 사고나 나지 않고 그냥 무사히 잘 끝났으면 좋겠다. (하필이면 다음 주부터 시험인데 이런 행사를...ㅁㄴㅇㄹ)
요즘에 악보를 그리는 프로그램에 대해서 관심이 많이 있었고, LaTeX를 배워볼까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IRC에서 그 유명하신(-_-) 경곽 19기의 서 모 선배를 만났고, 그 분이 lilypond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알려주셨던 것이다. -_-;;
일단 홈페이지 가서 개발 동기와 목적, 스크린샷 등을 보니 품질이 상당히 훌륭하길래 한 번 써보기로 했다. (그러나 그것이 삽질의 전주곡이 될 줄은....-_-)
전에 MusiTex의 스펙 문서를 한 번 봤던 터라 기본 구조를 이해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연습 겸(;;;) 스캔이 잘못되었던 Antonio Diabelli의 6 Sonatas for 4-hands 중 1번 1악장 첫 두 페이지를 만들기로 했다.
일단 원하는 음정을 그려보는 것이 문제였다. 절대 음정으로 모두 쓰려니 곡 자체가 음역이 넓어 불편할 것 같아 relative 명령을 사용했더니 깔끔하게 해결되었다. 기본적인 tie, slur, 화음, 음길이, 스타카토, dynamics 등을 넣는 방법을 익혔다. 여기서 가장 고생했던 것이 화음 넣는 방법을 익히는 거였는데, 알고보니 나는 제대로 넣고 있었지만 다른 부분에 오류가 있었다. -_-;
내가 원하는 위치에 원하는 요소를 놓는 방법을 찾았다. Vertical spacing, TextScript, Rehearsal Mak, Metronome Mark 등을 원하는 대로 놓으려고 보니 각각마다 설정하는 방법이 제각각이었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었는데, lilypond의 매뉴얼 전체 중 70% 가량을 최소한 한 번 이상 보았다. -_-;;
lilypond 엔진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 악보 그리기 자체의 문제라기는 아니었고, postscript로 컴파일 도중 아주 사소한 문법 오류가 생겼을 때 에러 메시지를 출력하지 않고 parsing하다가 그냥 종료되어 버리는 경우가 있었다. 이게 소스가 아주 복잡하기 때문에 에러 메시지가 없으면 어디가 잘못됐는지 찾기가 상당히 어렵다. 따라서 새로운 명령어를 사용할 때마다 애를 먹었다. (특히 #과 를 바꿔서 쓰는 경우에 이런 현상이 잘 발생-_-)
내가 만든 것과 원래 종이 악보와 레이아웃을 동일하게 맞추기. 이건 이미 NWC에서도 비슷하게 해 본 삽질이었는데, 매번 "컴파일"이라는 과정을 거쳐서 pdf로 결과물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악보 전체의 글꼴 크기, system 사이 간격, staff spacing 등등 온갖 변수를 아주 '잘' 조절해서, 결국 강제 pageBreak까지 써가면서 맞추었다. 이거 하는 데 대략 1시간 이상 소요되었다. -_-;
이게 처음과 마지막에 레이아웃을 잡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음표를 입력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으므로, Secondo 악보는 나중에 금방 끝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지금까지 한 삽질은 바이엘 수준으로 간단한 primo 악보였던 것이다! orz) 다행히, 내가 작곡한 악보들의 높은 품질로 만들 때도 요긴하게 쓰일 것 같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오늘의 삽질 일기는 끝. -_-
덧. 삽질을 많이 하긴 했지만, 매뉴얼을 통독한 덕분에 다양한 악보 표기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작곡할 때나 다른 악보를 볼 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이 프로그램은 그레고리안식으로 표기된 것도 지원하며 옵션에 따라 음악 교과서에 나오는 박자표도 만들 수 있고 무궁무진하게 응용 가능하다. 게다가 LaTeX에 확장으로 바로 삽입 가능!)
지난 수요일날, 드디어 그 엄청난 숙제(100페이지 분량의 책 읽고 prequestion 답장을 10페이지 정도로 쓰는..-_-)의 숙제를 내 주셨던 전자전산학과 김충기 교수님의 수업이 있었다.
과연 어떤 분이실까 궁금해하며 수업에 들어갔는데, 어쩐지 분위기가 안 좋았다. 동아리 선배인 한 형이 교수님에게 집중 공격(?)을 당하고 있었는데, 내가 짐작하기로 숙제가 많았다거나 정도의 말을 한 것 같았다.나중에 알고보니 수업 시작할 때 불미스런(?) 일이 생겨 교수님 기분이 별로 안 좋으셨었다고 한다. 결국, 그 형은 교수님 대신 수업을 진행하라(!)는 명령을 받고 자기가 해온 숙제를 발표해야 했다. -_-;
그때까지만 해도 '뭐 이런 냄새스런-_- 교수가 다 있어' 그러는 분위기였는데, 수업 내용을 듣다보니 그게 아니었다.
주제는 예고되었던 대로 “과학기술자의 리더십”이었다. 그 형 다음으로 기계공학과 학생이 나와서 발표를 했고, 그 두 번의 발표와 질의응답을 통해 미래의 리더상은 대략 미래예측, 행동력(추진력), 주변 사람들로부터의 믿음, 의사소통 능력 정도로 좁혀졌다. (이 외에 내가 제시했던 과학적 윤리관이나 공익성 여부 판단 능력도 목록에 들어갔다)
일단 교수님은 잘 했다고 칭찬해주신 다음 본격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풀어나가셨다. 오우가를 예로 들면서, 항상 반대로 생각해보면 의외로 쉽게 답을 얻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하고, 자기가 책 속의 등장 인물이었던 사사키 다다시와 이한빈 박사를 만났던 경험을 말하셨다. 그러면서 정리한 리더십은 다음과 같았다.
이런 이야기를 아주 효과적으로 잘 전달되도록 유창하게 풀어나k갔고, 처음의 어색하던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이 모두가 집중했다. 간만에 감동적인 강의를 들었다고나 할까. 인간과 기계 수업들이 대체로 내용이 좋았고, 수업이 끝나면 교수님께 박수를 치곤 했었지만 이번에는 특히 두드러졌다.
수업이 끝난 후, 동아리 선배와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다. 리더십에 대해 말하다가, 러플린 총장 얘기가 나왔다. 얼마 전 가동된 학사관리시스템 개발 프로젝트가 실은 그의 발상에서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러플린은 오픈소스 쪽 경험이 전혀 없는 정보시스템연구소에게 오픈소스 방식을 사용할 것을 지시했었고(강제적인 것 같지는 않다), 심지어 운영체제로 RedHat을 꼭 써야 한다는 말도 했었다고 한다. 물론 그 자체로 봤을 때 지금보다야 충분히 개선된 방향이긴 하지만, 과거와 현재의 상황을 모르는 상태에서 무조건 미래지향적으로만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선진국일수록 역사 교육을 중요시한다고 한다. 다른 나라의 현재를 보고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설계하기 위함이다. 러플린 총장은 아직 이런 면에서는 부족한 듯 싶다. 하지만 그에 대해서 기대하는 건, 그가 언제든지 다른 사람의 충고를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며, 어쨌든 현 상황의 카이스트에 어떤 식으로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이야기가 잠시 샜지만, 이번 수업은 이렇게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수업을 듣고 나서 뭔가 많이 남았다라는 생각이 드는 몇 안 되는 수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