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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쓰는 블로그 글이다. 이제는 한 달에 한번도 아니고 1년에 한번 쓰는 블로그가 된 것 같다. -_-; 첫 full paper 준비하느라 정신 없는 여름·가을을 보내고 연말연시는 전문연구요원으로서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4주 기초군사훈련(교육소집)을 다녀왔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현역이든 보충역이든 다들 한번씩 겪어본다는 점에서 신선한 소재는 아니지만, 삶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부분 중 하나이기에 이렇게 글로 후기를 남기고자 한다. 현역들보다는 보충역으로 훈련소에 입소하는 사람들에겐 경험담으로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요즘 TV에서 "진짜사나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군대 생활과 훈련 과정을 나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역시 실제로 가서 겪어보고 나니 정말 그 느낌이 절절하게 와닿는다. 보니까 훈련소는 1~2일 정도로, 자대 생활은 일주일 정도로 압축해서 하는 것 같은데 실제 느끼는 애로점들을 잘 표현했다. 특히 30~40대의 연예인들이라는 점에서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전문연구요원들과 비슷하게 육체적으로 힘들어하는 게 더 와닿는다고나 할까;; 사실 훈련소 들어가기 전에는 바빠서 그런 TV 프로그램이 있다는 정도만 알고 제대로 본 적도 없었는데 이번에 쉬면서 몇개 찾아보니 정말 내가 지나갔던 입소대대도 나오고 훈련소 생활관 모습도 나오고 해서 '아... 나도 저기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ㅋㅋ
우선 '군대에 있으면 시간이 더럽게 안 간다'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텐데, 실제로 가보면 정말 그렇다. 뭔가 바쁘게 많은 일을 한 것 같은데 아직도 오전 9시가 안 되었다든지... 전문연구요원이라면 회사를 다니든 대학원에 있든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출퇴근을 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특히 더 심하게 느낄 것이라 생각된다. 대개 5분 단위로 모든 행동을 해야 하는데 각각의 5분 10분이 굉장히 밀도가 높다. 아침 기상 후 침구류 정리와 전투복 환복 후 점호장 집합까지 통상 10분의 시간이 주어지고 연병장에 모여 점호 보고, 애국가 제창, 복무신조 제창, 조국기도문 낭독, 몸풀기 체조, 국군도수체조, 뜀걸음, 하루 일과 공지까지 다 하면 대략 40분, 아침식사에 30분 정도 걸리고 생활관에 복귀하면 소대별로 10분씩 세면 시간이 주어진 후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나는 겨울에 다녀왔기 때문에 아침식사 끝내고 나올 때마다 해가 뜨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정말 이렇게 깨알같이 아껴서 번 시간을 한꺼번에 왕창 갖다버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부대에서 멀리 떨어진(1시간 이상 걸어가야 하는) 교장(훈련장)에서 교육이 진행되는 날은 30분 일찍 기상해서 점호도 생략하고 훈련병들 다그쳐가며 빨리 준비시킨 다음 평소보다 1시간 일찍 행군을 시작하는데 막상 교장에 도착한 다음에는 1~2시간씩 아무것도 안 하고 대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이유는 행군은 그날 같은 교장을 사용하는 모든 부대가 동시에 움직여야 하는데, 교장을 그 모든 부대가 동시에 다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돌아가면서 훈련 진행하는 동안 다른 부대는 쉬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겨울이라 행군하면서 땀까지 날 정도로 걸은 다음에 가만히 앉아서/서서 대기하면 그대로 땀이 식으면서 엄청 춥다는 것. -_-; 이럴 때 핫팩이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된다. 가끔 소대장이 일명 '방한체조'라는 걸 시키기도 하는데 이걸 하면 확실히 더워지긴 하지만 당연히 그만큼 몸도 힘들다. 겨울에 훈련소 가는 사람들은 소대장이 '춥냐?'고 물어봤을 때 다들 덜덜 떨면서도 '아닙니다!'라고 우렁차게 대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ㅋㅋㅋ
전체적인 일정은 아마 매 기수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큰 틀은 비슷할 것이다. 첫 3일은 동화기간1이라고 해서 생활제식(바른걸음, 큰걸음, etc.)과 각종 상황별 경례요령 등2을 중점적으로 교육하면서 피복·전투화 사이즈 맞추기, 파상풍·뇌수막염·독감 예방접종, 각종 설문서·신상정보 서류 작성, 집으로 보내는 편지 작성 등등 정신없는 일정이 진행된다. 특히 예방접종 3가지를 이틀 동안 한꺼번에 맞기 때문에 몸의 면역체계까지 활성화되면서 안 그래도 생소한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와중에 더욱 부담이 가중된다. 내 경우 이틀 정도 두통을 앓았다. 동화기간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훈련이 시작되는데 1~2주차에는 개인화기(소총) 교육이 중심이 되고 첫번째 15km 주간 행군이 일종의 milestone 역할을 한다. 훈련소에서 모든 일정의 꽃은 바로 기록사격으로, 이때 20발의 실탄 사격 중 몇 발을 명중시키느냐에 따라 '개인의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만발자는 보통 기수 별로 한두 명밖에 안 나오는데 전화 포상을 비롯하여 이후에도 여러 차례 칭찬받는 경험을 할 수 있다. 3~4주차에는 수류탄과 화생방, 각개전투 훈련과 20km 지속행군이 이어진다. 매일같이 육체적인 훈련을 하는 건 아니고, 토요일·공휴일은 꼬박꼬박 쉬고(물론 사회에서처럼 정말 쉰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게 함정이지만) 중간중간 정신교육3만 있는 날도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는 쉬어가면서 하게끔 되어있다.
나는 연말연시에 다녀왔기 때문에 크리스마스와 신정을 모두 훈련소에서 보냈는데4, 덕분에 종교행사에 참여할 기회가 많았...지만 물집 부상과 목감기로 주말에 의무대 순환진료를 이용하면서 4대 종교를 모두 가보지는 못했다. ㅠㅠ 천주교 신자이니만큼 그래도 대축일인 성탄절과 성모마리아 대축일(신정) 종교행사는 모두 참석했는데, 천주교는 바깥 사회에서 미사 드리는 것과 거의 똑같다. 그래서 조용한 분위기에 잠시나마 자고 싶은 사람들이 천주교를 선택하기도 한다. 천주교 외에 가본 곳은 불교인데, '불교나이트'5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더라. '가릉빈가 불공'6이란 제목으로 4인조 여성그룹(대학생 쯤 되어보이는...)이 나와서 가요를 부르며 춤을 추는데 이 춤이 상당히 적나라해서 가슴을 확 열어제낀다거나 엉덩이들 흔들어준다거나.... 불당은 앞으로 뛰쳐나가는 훈련병들로 거의 통제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래도 전문연구요원들은 다들 나이가 있어서인지(...) 점잖게(?) 앉아서 즐기는데 공익이나 산업기능요원들로 이뤄진 중대들만해도 장난 아니다. 현역들은 거의 눈이 뒤집어진다. 불교가 나이트라면 기독교는 클럽...이라고 하던데 여기도 만만치 않은 모양. 기회가 되면 역시 가보는 것이 좋을 듯.
종교행사를 가지 않거나 종교행사 사이의 비는 주말 시간은 원칙적으로는 '개인정비', 즉 자유시간이다. 물론 이 시간에도 누워있거나 벽에 기대는 것은 '군기가 풀어진' 것으로 간주되어 금지되고, 바른자세로 앉아서 책을 읽거나 편지를 쓰거나 전투복의 뜯어진 부분을 바느질한다거나 혹은 멍때리고 있거나(...) 하는 행동만 허용된다. 3주차쯤 넘어가면 화장실이나 세면장 이용을 눈치껏 해도 되지만 초반에는 그것도 명시적인 전체 통제가 없으면 금지된다. (그래서 쉬는 날이라도 쉬는 것 같은 느낌이 안 든다. ㅠㅠ) 그러나 군대에서는 병사들이 할일 없이 노는 모습을 절대 못 보는 악취미(?)가 있어서, 하다못해 청소라도 시키기 때문에 사실 여유있게 노닥거릴만한 시간이 별로 없다. 첫번째 주말은 대부분 전투복에 붙일 임시이름표와 팀 표식을 가뜸하느라 시간을 다 보내는데, 우리 기수는 그 이후에도 침낭에 찍찍이(암놈)를 가뜸하고 그 찍찍이에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는 덧붙임천에 찍찍이(숫놈)를 가뜸하느라 2번의 주말과 2번의 휴일 시간 대부분을 보내야 했다. 이름표 가뜸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난도의 바느질이었는데, 찍찍이에는 다른 물건에 쉽게 붙일 수 있도록 끈끈한 접착제가 묻어있어 바늘이 한번 통과하면 접착제가 덩어리져 바늘에 달라붙는 바람에 매번 이걸 제거해야 실이 꼬이는 걸 막을 수 있었고 침낭 자체도 꽤 두껍기 때문에 이를 뚫고 바느질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 우리는 골무를 가져왔어야 하는 것이다. orz) 바늘이 휘거나 부러지는 일도 많았다. 사람들이 하도 짜증이 나니까 분대장들에게 이걸 왜 해야 하는지 물었는데 나중에 돌아온 답변은 전 기수에서 누군가 설문서에 침낭 머리 주변이 너무 쉽게 더러워지는 것 같다고 건의한 것이 육군훈련소장님에게 알려져서 훈련소장이 직접 내린 명령이라 분대장들 포함 훈련소 전체 5만여명의 병사가 똑같은 삽질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_-; 이것이 군대에서 투스타의 위력... 게다가 우리는 겨울 군번이라 들어온 인원수가 적어서 존재하지 않는 4소대의 침낭까지 모두 가뜸해야 했기 때문에 나중에는 전화포상까지 걸어가면서 가뜸을 진행했다. 나는 귀찮아서 안 했지만 임신 사실을 훈련소 들어와서 알게 된 모 분대원님이나 자녀가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3분짜리 전화포상을 얻기 위해서 눈물을 머금고 적게는 3시간 많게는 6시간씩 바느질을 했다. 아아....
가기 전에는 몰랐는데 군대도 나름 시스템이 잘 되어있다고 느꼈다. 모든 훈련에는 가까운 곳이든 먼 곳이든 항상 앰뷸런스가 따라가는데 발·다리를 다쳐 걷기 힘든 훈련병들을 태워다주기도 하고 응급상황 발생 시 바로 병원으로 후송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사고가 나지 않도록, 그리고 만에 하나 사고가 나더라도 빠른 초동 대처가 가능하도록 상당히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의무대의 경우 단 2명의 군의관이 매일 5~6개 중대 인원(전체로는 800명 정도, 그 중에 아픈 사람들만 모아도 족히 100명은 넘을 것이다)을 챙겨야 하기 때문에 상세한 진료가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많이 노력하는 모습이었고 증상에 따라 내복약, 가글, 파스, 소독, 입실(수액 맞으며 누워서 휴식) 등 다양한 처방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원래 지병이 있는 경우--특히 허리디스크 같은--무리해서 증상이 악화되더라도 수술과 같은 대규모 처치는 곤란하기 때문에 일단 무조건 몸을 사리는 것이 중요하다. 현역들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우리같은 보충역들은 기본적으로 훈련 강도도 낮고 거기에 차등제라는 제도가 있어서 몸이 안 좋은 사람들은 더 낮은 강도로 훈련할 수 있게끔 해주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하면 무리없이 수료할 수 있을 것이다.7 물론 차등제로 지나치게 많은 인원이 빠진다 싶으면 꾀병으로 간주되어 소대장이 빡쳐서(...) 차등제가 본대보다 더 빡시게 훈련을 받는 케이스...도 있을 수 있다. 우리도 한번은 그런 적이 있는데 나는 어느 소대장이 차등제 인원 담당하나 보고 본대로 빠져서 그 케이스를 잘 피했다; (역시 군대는 눈치가 중요하다!) 마지막 훈련(우리는 20km 행군)이 끝나고 부대에 복귀할 때는 군악대가 나와서 음악을 연주해주는데 이때는 진짜 감동이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4주 간의 훈련이 드디어 끝난다는 기분에 군악대의 북소리에 맞추어 행군으로 지쳤던 발이 갑자기 날아갈 듯 걸어지는 경험... ㅋㅋ 누가 처음 기획했는지는 몰라도 마지막 훈련에 군악대가 나오는 건 정말 좋았다.
짧은 4주간의 군대 생활이지만 가장 힘들었던 점을 꼽으라면 크게 2가지였다. 하나는 겨울군번이라 인원수가 적었던 데다 소대별 불침번 인원이 2명에서 3명으로 늘어나 거의 매일(3일에 2번) 불침번을 서야 했기 때문에 밤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감기 같은 게 걸려도 바깥 사회에서는 하루이틀 푹 쉬면 금방 나을 텐데 이 안에서는 '푹 쉬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감기 걸린 채로 계속 버텨야 한다는 점이었다. 퇴소 후에도 집에서 쉬는 며칠 동안은 새벽에 자꾸 잠을 설쳐서 정말 개운하게 잠들지 못했고, 한 4일쯤 지나서야 제대로 잠을 자기 시작한 것 같다. 1주차에 전투화 사이즈 잘못 골랐다가 발에 물집 잡히고(양쪽 발뒤꿈치에 500원 짜리 크기 1개 + 2개) 바로 벗겨져서 거의 걸어다니기 힘들 정도였다. (다행히 새 전투화를 사이즈에 맞게 보급받고 나서 3~4일 동안 짬날 때마다 밟아주고 휘어주고 해서 길을 잘 들여놓으니 뒤에 가서는 상당히 편했다. 남들 행군하고 물집으로 고생할 때 오히려 나는 멀쩡...) 이게 좀 나아서 훈련 받을 만하다 싶으니 목감기에 걸려서 38도 고열 찍고 의무대 하루 입실한 다음(오래 입실시켜주면 좋을 텐데 열 조금만 내리면 바로 나가라고 한다-_-) 일주일 정도 계속 37.5도를 넘나들며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상태로 있어야 했다. 퇴소 후 병원 가보니 후두염이라고 하더라. 어쨌든 군대에서는 식사든 뭐든 다 (오와 열을 맞춰서 제식을 하면서) 걸어다녀야 하기에 다른 것보다도 발·다리가 건강한 게 제일 중요하다. 주변 사람들은 겨울이라 추위 때문에 고생하겠다고 걱정을 많이 해줬는데, 다행히 내가 가있는 한달은 눈도 많이 오지 않았고(딱 2번 눈쓸었음) 한파도 2~3일 잠깐 찾아온 것 외에는 대체로 포근한 편이었기 때문에 추위로 고생한 기억은 별로 없다. 개인적으로는 잘 씻거나 빨래하기 어려운 환경임을 감안할 때 한여름보다는 겨울에 가는 게 낫다고 생각된다. 일단 냄새는 별로 안 나니까.
중간중간 종교행사나 교장 행군 중에 현역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확실히 어리더라. ㅠㅠ '군인 아저씨'라는 표현이 영 어색할 정도. 이건 차라리 전문연구요원들한테나 어울릴 만한 표현이다. 우리는 경량화나 단독군장만 하고도 교장 이동 중 언덕배기 만나면 헉헉대는데 현역들은 완전군장 매고도 신나서 뛰어댕기는 모습을 보며 같은 20대여도 초반과 후반은 많은 차이가 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나도 21살쯤에 형과 유럽배낭여행을 가면서 10~15kg 짜리 배낭을 매고 몇시간씩 길거리를 잘도 돌아다녔다. 한편으로는 그 어린 친구들이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해보기도 전에 먼저 군대문화를 접한다는 점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고, 나 또한 초중고 시절 각종 아침조회나 수련회 등을 통해 접했던 군대문화의 일부가 진짜 군대에 왔을 때 너무나 익숙하게 느껴지게 만들었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군대라는 조직은 계속 필요하겠지만 언제쯤 우리나라도 모병제로 전환할 수 있을지...
마지막으로 4주 훈련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알짜배기 준비물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이들 물품은 어느 대대·중대로 가더라도 대부분 반입이 허용될 것이다. 약, 비타민, 초코렛 등의 음식물은 부대에 따라 허용 범위가 차이가 있으며 내 경우 전혀 허용되지 않았다.
- 물티슈 : 전투화 닦을 때 물티슈로 먼저 닦은 다음 구두약을 바르면 훨씬 깨끗하다. 각종 장구류 부분 세척 시에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심지어 분대장(조교)들도 빌려쓰는 경우가 있다.
- 두루마리 휴지 : 기본으로 2개가 보급되는데 이것만으로 한달을 버티기엔 부족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초반에 1개를 잃어버려서(ㅠㅠ) 1개만으로 간신히 버텼다.; 물론 주변 동료 중에 휴지를 가져온 사람이 있어 빌려쓸 수 있었다.
- 핫팩 : 겨울이라면 필수품! 막상 훈련할 때는 별로 필요하지 않은데 대기시간이 긴 경우나 수료식 직전에 방한도구를 모두 반납하고 전투복만으로 추위를 버텨야 하는 경우 요긴하다. 속옷에 부착할 수 있는 것이 편리하고, 장갑 속에 넣을 수 있는 미니 핫팩도 여러 개 있으면 좋다.
- 면봉 : 총기수입(청소) 시 매우 유용하다.
- 일회용 비닐장갑 다수 : 역시 총기수입 시 손에 탄매나 기름이 묻지 않게 하는 데 유용하다.
- 실과 골무 : 이런저런 일로 바느질하는 일이 꽤 많은데 바늘은 위험물이라 못 가져가지만 실은 보급나오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종종 있어 추가로 가져가면 편하다. 우리 기수처럼 침낭 가뜸이라도 하는 경우엔 골무가 매우 절실할 것이다. ㅠㅠ
- 대량의 편지지와 우표 : 나는 바깥으로 전화하거나 편지하는 걸 애초에 안 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가져가지 않았지만, 결혼한 사람들이나 애인이 있는 경우 절실할 것이다. 우표를 깜빡했다면 첫번째 편지 보낼 때 답장으로 넣어달라고 해서 얻는 경우도 있으나, 사회->군대로 오는 편지는 빨리 와도 군대->사회로 가는 편지가 통상 일주일 이상 걸리기 때문에 latency를 생각하면 역시 미리 준비해가는 게 좋다.
- 여분의 두꺼운 양말 : 행군할 때 보급받는 양말 안쪽에 추가로 신으면 좋고, 어깨 견장에 양말을 끼워 군장 매는 고통을 줄이는 용도로 쓸 수 있다. 또한 무릎 보호패드 대용도 가능.
- 깔창 : 이건 좀 애매한데 없는 것보다는 일단 준비해보는 것이 좋을 듯. 참고로 전투화에 사제 깔창을 넣으면 사이즈를 한 치수 더 큰 걸 신어야 맞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 무릎·팔꿈치 보호패드 : 오로지 각개전투 때만 필요하다. 포복하고 나면 무릎에 시퍼런 멍이 드는 걸 볼 수 있다. 다만 하루종일 차고 있으려면 너무 빡빡한 것보다는 조금 여유있는 사이즈로 가져가는 게 좋겠다. 나는 사이즈가 너무 답답해서 그냥 양말을 칭칭 묶어서 썼는데 이것도 효과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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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들은 입소대대에서 2~3일 가량 시간을 보내며 보급품 지급 후 교육대대로 이동하지만 우리같은 보충역들은 입소 첫날 바로 교육대대로 이동해서 저녁 식사로 일정을 시작하게 된다. 전투복·내복 등 대부분의 물품은 교육대대에서 가지고 있는 중고품을 활용하고 수건, 속옷·양말, 휴지, 칫솔, 면도기 정도만 새 보급품으로 지급된다. 중간에 전투복 사이즈를 조사해서 2주차에 새 전투화와 전투복(디지털 신형)을 받지만 수료식 때 깔끔하게 입기 위해 끝날 때까지 훈련은 모두 중고 개구리 전투복으로만 진행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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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수에서는 제식훈련이 상당히 많이 강조되었고 다음 기수에서는 제식훈련에 배정되는 시간도 늘어난다는 얘기가 있었다. 듣기로는 2스타가 4스타 앞에서 경례 좀 잘못했다가 그 자리에서 100번 반복 연습을 당한 뒤로(...) 군 전체에 제식 군기가 매우 강조되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2스타면 육군훈련소장과 동일한 '장군' 계급이다. 부대 곳곳에 '경례는 군인의 멋!'이라든지 '경례는 씩씩하고 당당하게'와 같은 표어들이 붙어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수료식날까지도 밥 먹으러 이동할 땐 반드시 큰걸음과 군가제창을 해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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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정훈장교가 와서 대적관·안보관에 관한 교육을 하는데 북한의 실상, 왜 북한이 우리의 적인지, 종북세력의 정의, 베트남의 공산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 왜 우리나라가 자랑스러운(=우리가 지켜야 하는) 나라인지 등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바깥 사회에서는 '종북'이라는 게 지나치게 광범위한 프레임이자 일부 보수세력이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통째 매도하는 용어로 종종 사용되는 바람에 그 정의가 흐려진 감이 있지만 국방부 정신교육에서는 나름 선명하게 정의하고 있어서 큰 반감이 들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내 평소 생각과 다른 부분이 없었는데 단지 '강조'를 많이 한다는 정도. 정신교육 시간에 다들 많이 졸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국방부에서도 그 점을 염려했는지 정훈장교들이 대체로 말도 잘하고 적절한 유머와 개그도 섞는 등 말빨이 좋아서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북한 실상과 관련해서는 실제 탈북자 출신의 연사가 와서 실감나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뜬금없이 걸그룹 아이돌 동영상이 중간중간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다. 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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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월을 끼고 훈련소에 들어가면 경우에 따라 추석 연휴, 국군의 날, 개천절들이 모두 황금 연휴로 이어져 훈련보다 노는 날이 더 많은 경우도 있다고 하니 날짜 선택하는 사람들은 참고하기 바란다. 대신 평일을 3일 쉬면 훈련소에 있는 날이 하루씩 늘어난다고 하는데, 그렇더라도 노는 날이 너무 많으면 훈련을 생략해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꽤 메리트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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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쪽에서는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춤을 잘 추는 상상의 새의 인도식 이름 Kalavinka로부터 중국식으로 음차하여 만들어진 용어라고 한다. 참고 링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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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들은 5주 훈련인데 예를 들어 각개전투 훈련은 실제 각개전투 훈련장에 마련된 숙영지에 텐트를 치고 거기서 2박 3일을 먹고자고 다 하면서 각개전투 훈련을 진행한다. 하지만 우리는 텐트 치는 실습만 한번 해보고 다시 걷은 다음 포복 훈련 잠깐 하다 오는 정도다. 현역들은 포복 자세별로 1시간 이상씩 바닥을 기어다닌다는데 우리는 자세별로 10여 미터 거리를 3~4번 정도 실습해보는 게 전부. 물론 그렇더라도 온 삭신이 쑤시고 무릎에 피멍이 드는 경험을 할 수 있다. ㄷㄷ 차등제의 경우 횟수를 줄여준다거나 몸에 무리가 갈 수 있는 동작은 아예 안 할 수 있게 해주는데, 예를 들어 행군의 경우 차등제A는 단독군장에 행군코스를 매우 느린 속도로 아주 천천히 걷고 차등제B는 단독군장에 연병장을 매우 느린 속도로 걷는 식이다. 본대의 경우 완전군장이나 경령화군장만 허용되었다. (특히 마지막 행군 때는 훈련소장님이 직접 행군을 참관·지도하는 바람에....-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