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드디어 MR 20주년 총회가 끝났다. 사실 뒷풀이로 술을 더 마실까 했었으나 이미 폭탄주 한 잔 마시고 속이 좀 안 좋았던 터라, 또 노트북 등등 짐도 가져와야 해서 먼저 들어왔다. (그래도 술 마시기 전 뷔페를 잔뜩 먹어놔서 그나마 좀 낫다-_-) 전에 틀만 대강 잡아놓고 본격적인 작업은 어제 오후에서야 시작했던 웹회지는 그야말로 초벼락치기로 얼추 마무리했다;; (무려 시작 1시간 전에 완성, 지욱형 컴퓨터에 있는 초고속 레코더로 구우니 660MB짜리가 약 130초만에 구워져 30여장을 만들어내는 기염을 토했다.)
20주년...이라고 하면 1기 선배가 86학번, 2기 선배가 87학번이다. 내가 87년생이니 그야말로 까마득하다. 선배들이 했던 많은 이야기들 중에 생각나는 건, 자기들도 20년 후에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전혀 생각지 않았는데 막상 이런 날을 맞고 보니 기록(사진 등)을 잘 남겨두는 것이 정말 중요하더라, 엔지니어가 여러분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보다 많은 분야에서 이공계 출신을 원하고 있다, 젊을 때 투자할 수 있는 가장 큰 자산은 바로 시간이다—뭔가 건더기를 남길 만한 것에 투자해라 등. 몇몇 선배분들의 인생 세미나(..)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소개(전자공학이나 로봇 등)도 있었다. 그 당시의 사회상과 지금의 사회상, 또 그분들이 인식하셨던 세상과 우리가 인식하는 세상에는 분명 차이가 있었지만, 순수하게 무언가를 좋아해서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을 수 있는 열정만은 같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 최초의 미로 로봇 대회 주최, 로봇축구대회 주최 등의 역사와 그에 실제로 참여했던 선배들을 보면서, 또 심지어는 8051칩용 상용 컴파일러가 비싸다는 이유로 직접 컴파일러를 만들었다(....)는 선배도 보면서, 순수한 열정으로 이뤄내는 것에는 그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것도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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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내가 담당했던 이번 웹회지는 python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 이번에는 로컬에서 수동으로 일일이 html을 파일을 만들지 않고, 웹서버에서 php를 이용해 반복되는 부분들을 깔끔하게 처리하고, (통째로 다운받았을 때) 디렉토리의 구조화를 위해 .htaccess로 mod_rewrite 설정을 사용했다. 그런 다음 WebCopier라는 프로그램으로 통째로 다운받고, 용량 문제로 1byte짜리 가짜 파일로 처리했던 이미지나 동영상 등을 실제 데이터로 바꿔주었다.
이 과정에서 이름이 모두 제각각이었던 사진 파일들의 이름을 대량으로 변경하는 것과, WebCopier 프로그램의 버그로 인해 일부 css나 링크의 상대 주소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 문제들을 python 스크립트를 이용해 아주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만약 이걸 몰랐더라면 엄청난 노가다질을 해야 했을 것이다. 예전 같으면 과학전람회 실험데이터 처리용으로 만들었던 macro 프로그램을 썼겠지만 새 컴퓨터에 VB 런타임 까는 게 귀찮아서 python으로 짠 게 결과적으로 더 빨리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파이썬 만세!;
또한 이번엔 mootools를 사용하여 간편하게 javascript 애니메이션을 구현했다. 예전에 prototype을 쓸 때와는 사용방법이 좀 다른 것들이 있어서 삽질을 좀 했지만, 다행히 시간 내에 모두 해결할 수 있었다. 또한 php를 써서 중복 부분을 처리했기에 지난번 회지처럼 노가다를 줄이기 위해 iframe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 인쇄용 stylesheet도 매우 깔끔하게 만들 수 있었다. 다만 역시 문제는 Internet Explorer. 그나마 7.0이 나와서 조금 낫긴 하지만 만들다 만 듯한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시간 관계 상(하루만에 벼락치기했으므로-_-) IE6 이하 버전에 대한 hack 지원은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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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도 어떤 한 주제의 로봇을 딱 정해놓고 올인해서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선배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학점이나 다른 자기 시간을 포기하고 그렇게 해볼 수 있을까. 어렸을 때 레고로 도시를 조립하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밤을 새봤던 기억이 난다. 물론 SPARCS에서 진행하고 있는 각종 프로젝트나 Tattertools, MetaBBS와 같은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지만, 역시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물건을 만드는 것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과는 다른, 뭐랄까, 좀더 인간적인 애착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로봇을 만들고 싶었던 어렴풋한 로망을 한 번 불태워보고 싶다. (그러나 숙제와 프로젝트가...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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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20주년 총회는 끝났다. 첫번째 10년은 마이크로마우스, 두번째 10년은 로봇축구였다면, 다음 10년은 무엇이 동아리의 메인 테마가 될까. 사뭇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