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Posted
Filed under 살아가기, 생각하기
어제, 간만에 운동 좀 했다. 자전거 타고 33.4km를 달렸다. 최고 속도는 24 km/h. (지금까지 내가 한 번에 가장 많이 탄 거리가 36km다. 봄학기 종강하고 집에 와 있는 며칠 동안 탄천을 끼고 한강까지 갖다오는 것에 도전하기로 했다.) 얼마 전에는 MTB에서 주로 쓰는 클립리스(clipless/cleat) 패달로 전환했기에 거기에 적응도 해 둘 겸, 또 시험기간 되기 전에 운동이나 찐하게 한번 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운동보다도 더 멋진 것이 있었으니 초여름 들꽃들의 향연이었다. 초여름이라고 하면 꽃과는 웬지 거리가 있어보이지만, 오늘 본 풍경은 그런 생각을 단숨에 날려 버렸다. 마침 오늘은 해가 쨍쨍하고 날씨가 더워 사람들도 많지 않아 분위기도 매우 한가로웠다.

확실히 들꽃들은 한 송이 한 송이는 보잘것 없지만 여럿이 모여 있으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흰 개미취(들국화) 꽃들이 여기저기 흗어져 있었는데, 어떻게 저렇게 '자연스럽게' 퍼져 있을 수 있는 것인지 신기할 따름이다. (사실 사람이 인공적으로 '자연스럽게' 흗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게 쉽지 않다고 한다) 거기다 놀라운 광경을 볼 수 있었으니, 이매초등학교 맞은편 강가에 토끼풀 대군락이 있었던 것이다.

토끼풀이 거의 축구장 만한 면적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그 꽃냄새가 코를 찔렀다. 토끼풀 냄새가 그 꽃에 코를 가까이 대지 않고도 그렇게 진하게 난 것은 처음이다. 마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나오는 하울의 아지트처럼, 주변이 들꽃으로 가득했다. 토끼풀 꽃 자체는 그리 예쁘다고 보긴 어렵지만, 그렇게 대군락을 이루고 있을 때 그 꽃을 활짝 피우고 있으니 그 광경은 참말로 아름다웠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 계속 가는데, 멀리 잔디밭이 까무잡잡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뭔가 자세히 보니 잔디 열매가 맺힌 것이었다. 초록빛 잔디밭에 검고 작은 열매들이 무수히 많이 맺혀 있으니 그 또한 색감이 독특했다.

분당을 넘어서 성남 비행장 활주로 입구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분당 중앙공원과 율동공원에 들렀다. 다시 차를 세워둔 미금역 근처까지 straight로 주행했다. 들꽃들의 꽃내음을 맡으며, 갑자기 feel이 받쳐서 힘든 줄도 모르고 몇 km를 일정하게, 그러나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내달렸다.

다음 번에도 이렇게 기분 좋은 들꽃들을 보면서 라이딩을 할 수 있을까.

ps.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카메라가 없었다는 점이다. o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