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Posted
Filed under 살아가기, 생각하기

가끔 집에 왔다가 TV에서 하는 버라이어티 쇼 같은 걸 보면 연예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요번에 본 것 중에는 송대관의 첫날밤 이야기가 있었다. 첫날밤을 어디서 어떻게 보냈나 퀴즈를 냈는데, 대부분의 예상과 달리 낚시터에서 보냈다는 것이다. 밤에 비가 오자 낚시터 근처 논밭에 세워져있는 추수 끝난 볏짚더미로 가서 안을 파내고 움막처럼 만들어 거기서 열렬한 밤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자 다른 사람이 '이거 완전 소나기인데'라며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역사라는 말은 뭔가 거대한 담론이나 흐름(시류, 조류, 대세 따위로 표현되는)의 느낌을 주지만, 우리 주변을 잘 살펴보면 각 개인들도 각자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앞의 송대관씨 첫날밤 얘기처럼, 평범할 것 같은 와중에도 '나름대로' 파란만장한 상황을 겪기도 한다. 삶이 곧 드라마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한번은 연구실 선배가 요세미티 공원 산행하다 겪은 삽질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정말 그렇게 끔찍한 여행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파란만장했다.

사람이 살아온 과정이 그 사람의 얼굴에 나타난다고 한다. 휴가 둘째날 부모님과 함께 삼겹살 구워먹고서 연락을 받고 아버지 친구를 함께 만나러 나갔었는데, 그곳 술집 사장님 말씀 중에 '나이 오십을 먹으면 사람 얼굴만 봐도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게 되는 것 같다'고 하셨던 것이 기억난다. 그래서 첫인상이 중요한 것 아닐까? 같은 것을 두고도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고 생각한다지만, 어쩌면 사람 얼굴을 봤을 때 이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구나 하는 건 다들 비슷하게 느끼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으론, 육체적으로 힘든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정신적으로는 단순하고 평화로울 수 있고, 육체적으로는 편한데 정신적으로 압박과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 있듯이, 각 개인의 삶이 가진 다양한 모습들을 겉으로만 봐서는 알기 어려운 면도 또한 있다.

스팍스 동아리 선배 중 한분이 얼마 전 갑자기 장문의 메일을 돌리셨다. 졸업 후 3년 넘게 회사 다니시다가 홍대 앞에서 아는 사람과 함께 술집을 차려서 동업하다가는 갑자기 인도에 3개월 동안 다녀온다며 이후 계획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분처럼, 이따금 '이런 과정을 밟아온 사람이라면 이렇게 살겠지'하는 고정관념을 깨버리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삶에 정답이 없다는 말을 다들 너무 쉽게 하지만, 막상 그러기는 쉽지 않고, 그래서 그런 사람들이 대단해보이는 것 같다. 스웨덴 교환학생 다녀오면서 얻은 것 중 하나가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겠구나 하는, 그냥 막연히 학교 졸업하고 취직하는 게 아니라 하고자 하면 뭐든지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일종의 자신감이자 기대감이었다.

다들 자기 자신의 삶이 특별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다른 사람의 삶도 그만큼 특별하다고 느끼게 될 때--여기서 특별함은 인도주의적 소중함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그 무엇을 뜻한다--사람을 좀더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나아가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