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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 13
18시간에 걸친 비행기
늦게 도착한 맥북프로 덕분에 그다지 익숙치도 않은 MacOSX로 데이터 옮긴답시고 별의별 이상한 삽질을 하다가 결국 가장 간단한 FTP로 파일 전송을 시킨 게 결국 출발 당일 아침이었다. -_- 짐싸는 건 부모님의 도움으로 뭐 대충 두어 시간만에 후다닥 쌀 수 있었다; 학교에서 쓰던 노트북용 백팩과 새로 산 여행용 가방을 거의 꽉꽉 채우다시피했는데 그 원인은 바로 밥통. 여행용 가방은 비행기 수하물 제한 무게인 30kg에 딱 도달했고 등에 매는 백팩은 무게를 재보진 않았으나 완전 군장하고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환전을 미리 해놓지 않아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공항에 있는 우리은행 환전소에서 한 번에 해결되었다. 뭔가 엄청 큰 돈을 바꾼 것 같은데 막상 낡은 스웨덴 크로나로 받아놓고 보니 이게 얼마 어치인지 잘 감이 오질 않는다.; 출국 수속을 밟기 전에 우리은행 환전소에서 물어봤을 땐 스웨덴에서 사용 가능한 전화카드가 없다고 했으나 수속 마치고 면세점 지역에서 스웨덴에서 사용 가능한 국제전화 카드를 구입할 수 있었다.
30분 딜레이됐다가 또 30분 더 딜레이된 첫 비행기. 대만을 경유하여 총 7시간여의 비행 끝에 방콕 현지 시각 12시 30분 도착. 다음 비행기가 원래 12시 5분 출발이었으나 40분 정도 함께 딜레이되면서 가까스로 탈 수 있었다. (이때 어떤 머리 희끗한 스웨덴 아저씨 한 분이랑 같이 그 큰 수완나폼 공항을 완전히 가로질렀는데, 그 아저씨는 무빙워크 반대 방향으로 들어가서 넘어질 뻔하질 않나 중간에 검색대에서 가방을 놓고 올 뻔하질 않나... 그 아저씨 나 아니었으면 뭐 하나 빠뜨렸을지도;; -_-)
장장 11시간 동안의 비행이었다. 태국에서 휴가를 마치고 돌아가는 스웨덴 사람들이 거의 95%였던 것 같다. 태국인 승무원들을 제외하고 최소 반경 20m 내는 모두 스웨덴 사람. 밥 먹고 자고 좀 왔다갔다하다가 옆자리에 앉은 스웨덴 여자한테 스웨덴어 인사말 가르쳐달라고 해서 조금 배우고 거꾸로 한국어도 살짝 알려주었다. (조사의 개념을 설명해줬을 때 상당히 신기해했다) 그 여자랑 그 옆의 남자랑 연인 사이인지 부부 사이인지 잘은 모르겠으나 아주 소리가 다 들리도록 쪽쪽 빨아(?)댔다. 역시 문화의 차이인가.. 내가 보고 있어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하지만 비행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이 사람들이 엄청나게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이다. 내용이 진지한 것이든 아니든(사실 스웨덴어라 잘 모르겠지만, 미국드라마의 원작 소설로 보이는 책도 있고..) 연인끼리 함께 책을 보고 있기도 하고 책이 아니면 비행기 좌석에 있는 광고지나 신문이라도 읽고 있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다 열심히 읽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본 어느 집단보다도 비율이 높은 것은 확실하다. 나중에 스톡홀름에서 지하철을 탔을 때도 같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쨌건 장장 18시간에 걸친 비행 끝에 스톡홀름 현지시각 오전 7시 반에 Arlanda 공항에 도착했다. 여권 검사만 하고 따로 물품 검사를 하지 않아서 간편하게 입국 수속을 끝마쳤다. 집에 전화하려고 공중전화 쓰는 방법 알아내느라 한참동안 삽질했다: Info desk에 공중전화 위치를 물어보니 한참 멀리 있다. -> 공중전화갔더니 동전이 없음 -> Info desk로 돌아와 바로 옆의 세븐일레븐에서 물 한병(22Kr) 사서 동전 만듬 -> 공중전화에서 동전을 넣었더니 최소 10Kr를 넣어야 한다고 나옴 -> Info desk 가서 동전 바꿈 -> 마침내 집에 전화할 수 있었다. 수십 kg 짜리 카트를 가지고 몇 번을 왔다갔다 한 건지;;
2008. 1. 14
스톡홀름으로
기차를 탈까 버스를 탈까 고민하다가 짐이 너무 많은 관계로 기차가 편할 것 같아 Arlanda Express를 탐. 160km/h의 속도로 달려 20분만에 스톡홀름 중앙역에 도착했다. Tourist info-center 직원이 나이를 물어보길래 만 20세라고 말해줬더니 뭐라고 쏼라쏼라 하다가 원래 200Kr인 것을 110Kr로 깍아주어 싸게 탈 수 있었다. 카트에 짐을 실은 채로 엘레베이터를 타고 한 층만 내려가면 바로 기차 플랫폼이어서 짐을 매우 편하게 실을 수 있었다.
스톡홀름으로 향하는 동안 해가 떴다. 뜨긴 뜨는데 일출이 아주 느릿느릿하게 진행되었다. 지평선 언저리가 불그스름한 빛을 띄더니 이내 구름에 다시 가렸다. 그래도 이날은 햇빛이 좀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해가 최고로 높이 올라가도 한국의 느낌으로 치자면 한겨울 오후 4시쯤과 비슷하다. (그리고 여기서 오후 4시가 되면 해가 완전히 져서 깜깜하다)
지하철을 찾아 옆 건물로 이동하여 잘못된 플랫폼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찾아가는 삽질 끝에 학교 도착. (지하철 승차권은 일단 230:-[footnote]스웨덴 크로나를 영문으로 쓰면 SEK가 되는데 원화의 원 기호처럼 ':-'를 화폐단위 기호로 쓴다. 소수점은 점이 아니라 콤마로 구분한다.[/footnote]로 7일짜리로 끊었다. 나중에 만난 사람 중에 지하철을 횟수 단위로 끊은 사람이 있었는데 학교를 자주 왔다갔다하게 되고 힘들면 버스를 타기도 하므로 정기권을 사는 게 훨씬 이익이다.)
학교에 도착하니 오전 8시 30분. 대부분 업무가 9시부터 시작인지라 문을 연 곳이 없었다. 이걸 생각 못하고-_- 그 무거운 짐을 질질 끌면서 info-center 갔다가 도서관 갔다가 학생회관 건물 갔다가 다시 info-center 갔다가 도서관의 accommodation office로 겨우 이동했다. 여기서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에서 온 다른 교환학생들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산둥성에 사는 중국인이지만 싱가포르에서 유학하다가 교환학생 왔다는 Jian Hua를 만났다. 특히 이 친구의 도움으로 꽤나 먼(엘레베이터 없는 지하철 한 정거장 + 짐 없을 때 경보로 10분 걸리는 산책길) 기숙사까지, 더군다나 엘레베이터도 없는 4층까지 30kg짜리 짐가방을 무사히(?) 옮겨놓을 수 있었다.
Jian Hua와 함께 일단 점심을 사먹었다. 기숙사 지역에 있는 Professorn이라는(어째 작명 센스가-_-) 자그마한 레스토랑에서 모든 재료가 스웨덴어로 적혀있는 알 수 없는 메뉴판을 보고 시켰다. (음료는 역시 리필이 안 되더라.) 그랬더니 생각 외로(?) 엄청 많은 양이 나와서 상당히 배부르게 먹었다. 그나마 워낙 힘들고(30kg이 넘는 짐을 대충 1km 좀 못 되는 길을 따라 옮기고 4층까지 계단으로 끌어올렸으니) 다 먹은 거다. orz
짐을 풀었다. 혼자 쓰는 방이고, 화장실도 각 방마다 따로 있다. (나중에 물어보니 이런 구조 때문인지 남녀가 같은 층에서 섞여있는 것 같다.) 수도꼭지 돌려보니 따뜻한 물도 잘 나온다. 공동 부엌에 가보니 꽤나 아늑하게(?) 잘 꾸며져 있다. TV와 DVD-Player, 공동 식탁과 소파도 있고, 공용 냉장고에 기본적인 식기와 취사도구, 전기 스토브, 전자렌지 등 웬만한 거 있을 건 다 있었다. 여기서 같은 층 407호에 산다는, 수프를 끓이고 설거지하고 있던 이탈리아 남자를 만났는데, 이름을 물어봤으나 발음이 너무 어려워서 결국 못 알아들었다. (못 외운 게 아니고 못 알아들었음에 주목-_-)
2008. 1. 14
Mingling Party (4:00pm ~ )
오후 4시(이때 이미 해는 진 뒤였다.)부터 Nymble이라 불리는 학생회관에서 교환학생 mingling party가 있었다. 일종의 ice-breaking을 위한 시간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때 기숙사에서 학교까지 거리·시간을 재어보니, 대략 12분 정도를 부지런히 걸어가서 지하철을 타야 하고 학교 information center까지 도착하는 데 넉넉잡고 40분이 걸렸다. 오늘은 몸이 피곤해서 그렇지 일단 적응만 된다면 공기가 매우 맑은 산책길이기 때문에 아주 좋을 것 같다.) 아시아계 사람들은 대부분 중국인이었고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에서 온 사람들이 조금 있었는데 모두가 싱가포르 대학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한국인들은 나 말고 아무도 없었고(이거 영어공부 완전 제대로다..orz), 우리 학교에서 오기로 한 사람은 아직 도착하지 못한 것 같다. 처음엔 이 사람들하고 주로 얘기하다가 나중에는 유럽에서 온 사람들(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핀란드, 터키, 스페인 등)과 만나 서로 자기소개도 하고 이런저런 거 물어보기도 했다. 서로의 문화권에서 자주 사용되지 않는 이름들을 외우려고 하다보니 나중에는 다들 쥐쥐치고 그러려니 or 영문 닉네임으로 대체하는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이름 외우기가 이렇게 힘든 줄 처음 알았다. 학교 동아리에서 이름쌓기 게임 하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_-) 몇몇 좀 얘기를 많이 한 사람들과는 따로 종이에 연락처를 적어두었다.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의 다양한 영어 발음을 듣다보니, 어느 부분에 강세를 주고 어느 부분을 장음으로 끄느냐에 따라 알아듣는 정도가 달라짐을 알 수 있었다. 예 를 들어 'computer'를 발음할 때 u를 좀더 길고 분명하게 발음하면 훨씬 잘 알아듣는다. 이건 미국식이라기보다는 영국식 발음인 듯. 이런 게 바로 산 영어 학습(?)인 걸까;;;
돌아올 때는 벨리나(?)라고 하는 독일 여학생과 Jiang Hua와 함께 같이 왔는데, 밤이 되었음에도 바람이 좀더 세게 분다 정도지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지거나 하지는 않는 듯하다. 일단 이건 뭐 오후 6시밖에 안 됐는데 완전 한밤중이다. (전에 유럽여행 갔을 땐 비슷한 위도에서 밤 9시가 되어도 해가 안 져서 사람 헤매게 만들더니 이번엔 반대다)
내일은 아침에 캠퍼스 투어가 있고 오후에는 그동안 메일로만 연락을 주고받았던 각 school별(school이란 학부와 과의 중간쯤 되는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international coordinator와 직접 만나 이것저것 안내받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학교에 노트북 들고 가서 혹시 무선랜을 쓸 수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일단 info-center 등에 우리나라 관공서처럼 인터넷 PC가 설치되어 있으니 급한 대로 이걸 쓸 수는 있을 것이다.)
18시간에 걸친 비행기
늦게 도착한 맥북프로 덕분에 그다지 익숙치도 않은 MacOSX로 데이터 옮긴답시고 별의별 이상한 삽질을 하다가 결국 가장 간단한 FTP로 파일 전송을 시킨 게 결국 출발 당일 아침이었다. -_- 짐싸는 건 부모님의 도움으로 뭐 대충 두어 시간만에 후다닥 쌀 수 있었다; 학교에서 쓰던 노트북용 백팩과 새로 산 여행용 가방을 거의 꽉꽉 채우다시피했는데 그 원인은 바로 밥통. 여행용 가방은 비행기 수하물 제한 무게인 30kg에 딱 도달했고 등에 매는 백팩은 무게를 재보진 않았으나 완전 군장하고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환전을 미리 해놓지 않아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공항에 있는 우리은행 환전소에서 한 번에 해결되었다. 뭔가 엄청 큰 돈을 바꾼 것 같은데 막상 낡은 스웨덴 크로나로 받아놓고 보니 이게 얼마 어치인지 잘 감이 오질 않는다.; 출국 수속을 밟기 전에 우리은행 환전소에서 물어봤을 땐 스웨덴에서 사용 가능한 전화카드가 없다고 했으나 수속 마치고 면세점 지역에서 스웨덴에서 사용 가능한 국제전화 카드를 구입할 수 있었다.
30분 딜레이됐다가 또 30분 더 딜레이된 첫 비행기. 대만을 경유하여 총 7시간여의 비행 끝에 방콕 현지 시각 12시 30분 도착. 다음 비행기가 원래 12시 5분 출발이었으나 40분 정도 함께 딜레이되면서 가까스로 탈 수 있었다. (이때 어떤 머리 희끗한 스웨덴 아저씨 한 분이랑 같이 그 큰 수완나폼 공항을 완전히 가로질렀는데, 그 아저씨는 무빙워크 반대 방향으로 들어가서 넘어질 뻔하질 않나 중간에 검색대에서 가방을 놓고 올 뻔하질 않나... 그 아저씨 나 아니었으면 뭐 하나 빠뜨렸을지도;; -_-)
장장 11시간 동안의 비행이었다. 태국에서 휴가를 마치고 돌아가는 스웨덴 사람들이 거의 95%였던 것 같다. 태국인 승무원들을 제외하고 최소 반경 20m 내는 모두 스웨덴 사람. 밥 먹고 자고 좀 왔다갔다하다가 옆자리에 앉은 스웨덴 여자한테 스웨덴어 인사말 가르쳐달라고 해서 조금 배우고 거꾸로 한국어도 살짝 알려주었다. (조사의 개념을 설명해줬을 때 상당히 신기해했다) 그 여자랑 그 옆의 남자랑 연인 사이인지 부부 사이인지 잘은 모르겠으나 아주 소리가 다 들리도록 쪽쪽 빨아(?)댔다. 역시 문화의 차이인가.. 내가 보고 있어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하지만 비행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이 사람들이 엄청나게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이다. 내용이 진지한 것이든 아니든(사실 스웨덴어라 잘 모르겠지만, 미국드라마의 원작 소설로 보이는 책도 있고..) 연인끼리 함께 책을 보고 있기도 하고 책이 아니면 비행기 좌석에 있는 광고지나 신문이라도 읽고 있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다 열심히 읽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본 어느 집단보다도 비율이 높은 것은 확실하다. 나중에 스톡홀름에서 지하철을 탔을 때도 같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쨌건 장장 18시간에 걸친 비행 끝에 스톡홀름 현지시각 오전 7시 반에 Arlanda 공항에 도착했다. 여권 검사만 하고 따로 물품 검사를 하지 않아서 간편하게 입국 수속을 끝마쳤다. 집에 전화하려고 공중전화 쓰는 방법 알아내느라 한참동안 삽질했다: Info desk에 공중전화 위치를 물어보니 한참 멀리 있다. -> 공중전화갔더니 동전이 없음 -> Info desk로 돌아와 바로 옆의 세븐일레븐에서 물 한병(22Kr) 사서 동전 만듬 -> 공중전화에서 동전을 넣었더니 최소 10Kr를 넣어야 한다고 나옴 -> Info desk 가서 동전 바꿈 -> 마침내 집에 전화할 수 있었다. 수십 kg 짜리 카트를 가지고 몇 번을 왔다갔다 한 건지;;
2008. 1. 14
스톡홀름으로
기차를 탈까 버스를 탈까 고민하다가 짐이 너무 많은 관계로 기차가 편할 것 같아 Arlanda Express를 탐. 160km/h의 속도로 달려 20분만에 스톡홀름 중앙역에 도착했다. Tourist info-center 직원이 나이를 물어보길래 만 20세라고 말해줬더니 뭐라고 쏼라쏼라 하다가 원래 200Kr인 것을 110Kr로 깍아주어 싸게 탈 수 있었다. 카트에 짐을 실은 채로 엘레베이터를 타고 한 층만 내려가면 바로 기차 플랫폼이어서 짐을 매우 편하게 실을 수 있었다.
스톡홀름으로 향하는 동안 해가 떴다. 뜨긴 뜨는데 일출이 아주 느릿느릿하게 진행되었다. 지평선 언저리가 불그스름한 빛을 띄더니 이내 구름에 다시 가렸다. 그래도 이날은 햇빛이 좀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해가 최고로 높이 올라가도 한국의 느낌으로 치자면 한겨울 오후 4시쯤과 비슷하다. (그리고 여기서 오후 4시가 되면 해가 완전히 져서 깜깜하다)
지하철을 찾아 옆 건물로 이동하여 잘못된 플랫폼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찾아가는 삽질 끝에 학교 도착. (지하철 승차권은 일단 230:-[footnote]스웨덴 크로나를 영문으로 쓰면 SEK가 되는데 원화의 원 기호처럼 ':-'를 화폐단위 기호로 쓴다. 소수점은 점이 아니라 콤마로 구분한다.[/footnote]로 7일짜리로 끊었다. 나중에 만난 사람 중에 지하철을 횟수 단위로 끊은 사람이 있었는데 학교를 자주 왔다갔다하게 되고 힘들면 버스를 타기도 하므로 정기권을 사는 게 훨씬 이익이다.)
학교에 도착하니 오전 8시 30분. 대부분 업무가 9시부터 시작인지라 문을 연 곳이 없었다. 이걸 생각 못하고-_- 그 무거운 짐을 질질 끌면서 info-center 갔다가 도서관 갔다가 학생회관 건물 갔다가 다시 info-center 갔다가 도서관의 accommodation office로 겨우 이동했다. 여기서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에서 온 다른 교환학생들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산둥성에 사는 중국인이지만 싱가포르에서 유학하다가 교환학생 왔다는 Jian Hua를 만났다. 특히 이 친구의 도움으로 꽤나 먼(엘레베이터 없는 지하철 한 정거장 + 짐 없을 때 경보로 10분 걸리는 산책길) 기숙사까지, 더군다나 엘레베이터도 없는 4층까지 30kg짜리 짐가방을 무사히(?) 옮겨놓을 수 있었다.
Jian Hua와 함께 일단 점심을 사먹었다. 기숙사 지역에 있는 Professorn이라는(어째 작명 센스가-_-) 자그마한 레스토랑에서 모든 재료가 스웨덴어로 적혀있는 알 수 없는 메뉴판을 보고 시켰다. (음료는 역시 리필이 안 되더라.) 그랬더니 생각 외로(?) 엄청 많은 양이 나와서 상당히 배부르게 먹었다. 그나마 워낙 힘들고(30kg이 넘는 짐을 대충 1km 좀 못 되는 길을 따라 옮기고 4층까지 계단으로 끌어올렸으니) 다 먹은 거다. orz
짐을 풀었다. 혼자 쓰는 방이고, 화장실도 각 방마다 따로 있다. (나중에 물어보니 이런 구조 때문인지 남녀가 같은 층에서 섞여있는 것 같다.) 수도꼭지 돌려보니 따뜻한 물도 잘 나온다. 공동 부엌에 가보니 꽤나 아늑하게(?) 잘 꾸며져 있다. TV와 DVD-Player, 공동 식탁과 소파도 있고, 공용 냉장고에 기본적인 식기와 취사도구, 전기 스토브, 전자렌지 등 웬만한 거 있을 건 다 있었다. 여기서 같은 층 407호에 산다는, 수프를 끓이고 설거지하고 있던 이탈리아 남자를 만났는데, 이름을 물어봤으나 발음이 너무 어려워서 결국 못 알아들었다. (못 외운 게 아니고 못 알아들었음에 주목-_-)
2008. 1. 14
Mingling Party (4:00pm ~ )
오후 4시(이때 이미 해는 진 뒤였다.)부터 Nymble이라 불리는 학생회관에서 교환학생 mingling party가 있었다. 일종의 ice-breaking을 위한 시간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때 기숙사에서 학교까지 거리·시간을 재어보니, 대략 12분 정도를 부지런히 걸어가서 지하철을 타야 하고 학교 information center까지 도착하는 데 넉넉잡고 40분이 걸렸다. 오늘은 몸이 피곤해서 그렇지 일단 적응만 된다면 공기가 매우 맑은 산책길이기 때문에 아주 좋을 것 같다.) 아시아계 사람들은 대부분 중국인이었고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에서 온 사람들이 조금 있었는데 모두가 싱가포르 대학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한국인들은 나 말고 아무도 없었고(이거 영어공부 완전 제대로다..orz), 우리 학교에서 오기로 한 사람은 아직 도착하지 못한 것 같다. 처음엔 이 사람들하고 주로 얘기하다가 나중에는 유럽에서 온 사람들(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핀란드, 터키, 스페인 등)과 만나 서로 자기소개도 하고 이런저런 거 물어보기도 했다. 서로의 문화권에서 자주 사용되지 않는 이름들을 외우려고 하다보니 나중에는 다들 쥐쥐치고 그러려니 or 영문 닉네임으로 대체하는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이름 외우기가 이렇게 힘든 줄 처음 알았다. 학교 동아리에서 이름쌓기 게임 하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_-) 몇몇 좀 얘기를 많이 한 사람들과는 따로 종이에 연락처를 적어두었다.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의 다양한 영어 발음을 듣다보니, 어느 부분에 강세를 주고 어느 부분을 장음으로 끄느냐에 따라 알아듣는 정도가 달라짐을 알 수 있었다. 예 를 들어 'computer'를 발음할 때 u를 좀더 길고 분명하게 발음하면 훨씬 잘 알아듣는다. 이건 미국식이라기보다는 영국식 발음인 듯. 이런 게 바로 산 영어 학습(?)인 걸까;;;
돌아올 때는 벨리나(?)라고 하는 독일 여학생과 Jiang Hua와 함께 같이 왔는데, 밤이 되었음에도 바람이 좀더 세게 분다 정도지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지거나 하지는 않는 듯하다. 일단 이건 뭐 오후 6시밖에 안 됐는데 완전 한밤중이다. (전에 유럽여행 갔을 땐 비슷한 위도에서 밤 9시가 되어도 해가 안 져서 사람 헤매게 만들더니 이번엔 반대다)
내일은 아침에 캠퍼스 투어가 있고 오후에는 그동안 메일로만 연락을 주고받았던 각 school별(school이란 학부와 과의 중간쯤 되는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international coordinator와 직접 만나 이것저것 안내받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학교에 노트북 들고 가서 혹시 무선랜을 쓸 수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일단 info-center 등에 우리나라 관공서처럼 인터넷 PC가 설치되어 있으니 급한 대로 이걸 쓸 수는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