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교보문고)
카테고리는 옛날에 만들어 놓고 드디어 처음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
어제 형이랑 갔다온 교보문고에서 형이 사준 이루마의 악보집을 뒤적이다가 (원본 음악은 한번도 못 들어봤지만)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많이 찾던 Kiss the Rain이란 곡을 보고 어떤 곡일까 하고 한번 쳐 보았다.
이럴수가! 환상적이었다. (이 말은 거의 한번에 잘 칠 수 있었다는 뜻이기도 한데, 생각보다 치기 쉬웠다.. -_-) 간만에 좋은 곡을 하나 찾아낸 것이다. 고음부에서 조용한 멜로디로 시작하여 중간에 왼손 저음 옥타브 화음이 나오며 약간 고조되고 마무리는 반음 올려 조바꿈을 한 상태로 마무리된다. 같은 멜로디를 반음 올려 조바꿈해 마무리하는 것은 Yuhki Kuramoto의 Calming Island와 비슷하지만 Yiruma의 경우는 coda의 성격이 더 강하다.
전에도 이루마의 May Be, Love Me, Gabriel, Wait There는 친구 소개 등으로 쳐 본 적이 있지만, 이 곡은 또다른 느낌이다.
내가 유키구라모토를 몇년 간 계속 연주해 와서인지, 유키구라모토의 음악은 매우 명상적이고 안정되어 있지만 뭔가 차가운 느낌이 있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반면 이루마의 음악은 매우 따뜻한 느낌이며, 곡 하나하나에서 오는 느낌이 유키구라모토의 곡들보다 좀더 분명하게 전해지는 것 같다. 내 생각에는 유키구라모토의 경우 마 장조(# 4개 붙은 것)를 많이 사용하고 곡 전체는 장조 곡이더라도 단조 화음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느낌이 비슷해진 것 같다.
과학고에 온 뒤로는 피아노를 쳐도 너무 '기계적'이라는 것을 스스로도 느낄 때가 많았는데(리스트의 라캄파넬라를 무리해서 시도했던 것도 이유중 하나일 것이다. 사실 감정을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라캄파넬라가 기계적인 곡은 아니지만 못 치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 하지만 잘 치지는 못해도 그냥저냥 약간 팔 아파하면서 칠 정도는 되었다. -_-) 이루마의 이 곡으로 다시 '인간적'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ps. "이럴 수가! 환상적이었다" 라는 표현은 정확히 어느 글이었는진 생각 안 나지만 어제 오늘 읽었던 독서과제용(-_-) 책인 [파인만, 농담도 잘 하시네!]라는 책의 어투를 빌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