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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led under 살아가기, 생각하기
뭔가 제목은 거창한데 사실 그냥 요즘 느끼는 감상에 대한 포스팅.
미투데이에도 썼다시피 나는 메신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 나한테 메신저로 말을 걸어본 분들 중 상당수(?)가 씹힌(...) 경험을 해보신 적이 있으리라 생각되는데, 하필이면 내가 자리에 없을 때 말을 거셨던 불운한 경우도 있지만 실제로 내가 컴퓨터를 쓰고 있었음에도 고의적으로 무시한 경우도 없지 않다.
내가 IRC1에 익숙해진 탓일까, 나는 내가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않으면 그냥 그러려니 한다. 로그인해 있는 것과 그 사람이 실제 대답할 수 있는 상황인가하고는 분명히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메신저에 상태 설정 표시하는 기능이 있긴 하지만 깜빡하고 설정하지 않았을 경우도 있고 대답할 수 있는 상황이라도 하기 싫을 때도 있는 법이니.) IRC에서는 아예 프록시를 통해 무한 접속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2 특히나 로그인 상태와 실제 그 사람이 있는가하고는 전혀 별개로 인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무튼 그렇다보니 나 또한 내가 대답을 원치 않는 상황일 때는 그냥 씹어버리기도 한다.
또 하나, 대표적인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의 예로 자주 언급되는 Facebook의 경우도 상당히 귀찮을 때가 있다. 무슨 말이냐면, Facebook 측에서 제공하는 훌륭한 API 플랫폼을 통해 마음대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게 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등록해놓은 친구들이 자꾸 이런저런 잡다한 애플리케이션들을 들고와서 등록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면 꼭 필요하지도 않은데 ''친구라서'' 등록을 해줘야 할 것 같고, 한편으론 깔끔하게 유지하기 위해 무시해야 하는 갈등이 생긴다는 얘기다. 처음에는 '오, 이런 것도 있네~'하면서 몇 가지 추가해서 쓰기는 했는데 결국 내 관심이 지속적으로 가는 것 아니면 안 쓰게 된다.
다만 Facebook에서 마음에 드는 것은 친구들 사이에서 이벤트를 공유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 예를 들어 Lappis 바베큐 파티라든가 스톡홀름의 놀이공원인 Gröna Lund에 함께 놀러가기로 하고 예약자를 받아서 단체 예약으로 좀더 싼 값에 표를 얻는다든가 이런 부분은 굉장히 유용하다. 또한 사진에 친구들의 얼굴들을 태깅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단체 여행 등을 한 경우 내가 나온 사진을 찾는 데 유용하다.)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가 점점 더 실시간에 가까워지고 현실과 밀접해질수록 그만큼 귀찮은 경우도 많이 생긴다는 것이다. 항상 실시간으로 소통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해서 얻는 장점이 뭘까? 거창한 예를 들자면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나 긴급 상황시 주변 사람들에게 재빠르게 알릴 수 있다는 점이나 도움이 필요할 때 빨리 연락할 수 있다는 것이 되겠지만, 한편으로 일상 생활에서는 오히려 하나의 구속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것이다. 뭐 그래서 나는 '동기화 서비스'인 메신저보다는 '비동기 서비스'인 이메일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가끔가다 메일로 실시간 답장을 주고받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 메신저로 이동한다. -_-)
이런 문제들을 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느슨한 소셜 네트워크"의 구현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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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net Relay Chat. 채팅 서버와 통신 방법에 관한 표준 프로토콜이 RFC 1459로 지정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HanIRC와 단군넷이 유명한 서버이며, mIRC나 Firefox 확장기능인 Chatzilla 등을 이용해 접속할 수 있다. 채널이라는 단위로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게 되어 있고, 채널은 아무나 만들 수 있고 아무도 없으면 자동으로 없어지나, 각 채널에서 옵(Op)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사용자들을 관리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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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채널 유지를 위한 목적이 대부분이지만, 채널 유지 자체는 IRC 서버에서 재공하는 챈섭이나 빵글이(HanIRC의 경우) 등을 이용하는 것이 더 낫긴 하다. 한편으로 자신의 로그인 상태를 일부러(?) 알 수 없게 하기 위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