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이 안 나오는 이유는 다름 아닌 현재 이 서버의 하드디스크가 사망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물리적 서버에 대한 관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 그리고 마침 집에 머무르는 기간이기 때문에 가상서버 호스팅으로 이전하고 물리적인 서버는 꺼내와서 다른 사람이나 동아리에 팔거나 기증하는 쪽을 생각하고 있다.
아무튼 그래서 서버 이전이 안정화될 때까지 몇몇 포스팅들은 다소 미루어질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1학년 때 새내기 같은 반이었다가 실내악 앙상블을 들으며 피아노 4-hands 곡을 함께 연주하기도 했었던 진혁이 형과 함께 장영주(사라 장)의 바이올린 리사이틀 공연을 보고왔다. 제대로 된 클래식 공연은 꽤 오랜만에 보는 것이었다. 진혁이 형은 이런저런 일로 대전 문화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자로 서본 적도 있을 정도지만 난 오늘 처음 가보는 것이었다.;;
프로그램은 브람스의 단악장 소나타와 바이올린 소나타 3번 d단조(Op.108), 테오파니디스의 판타지,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였다. 피아니스트로는 줄리어드 음대 시절 술친구였다는 앤드루 본 오이엔이 함께 하였다. 위의 곡들 중 앞의 둘을 첫번째 세션에, 뒤의 둘을 두번째 세션에 배치하였다. 공연을 보고 난 후 진혁이 형과 나의 공통된 평가는 브람스를 너무 얌전하게 갔다는 것. 나는 뭔가 표현이 덜 된다는 느낌을 받았고, 형은 터져줘야 할 곳에서 안 터져주고 너무 예쁘게(?) 연주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대신 후반부의 프랑크 소나타는 익숙한 듯 풍부하게 연주하였다는 평이 나왔다.
두번째 세션에서 판타지 곡이 끝나고 박수를 쳐야 하는데 피아니스트와 장영주가 그냥 바로 시작해버리는 바람에 사람들이 다들 프랑크 소나타의 첫 악장 끝난 것이 판타지 곡의 끝이라고 헷갈렸는지 이때 박수가 터지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나는 실내악 앙상블 들을 때 오케스트라 악장을 하던 경곽 18기 선배가 연습·연주하는 걸 한 학기 내내 들었던 덕분에 프랑크 소나타 3악장은 익숙했는데, 나중에 3악장 들어가고 나서야 '응? 언제부터 프랑크 소나타였지' 했을 정도였으니까...-_-;;;;
앵콜로 4곡 정도를 했는데, 여기에선 대중들에게 친숙한 클래식 곡들을 들려주었다. 사랑의 인사라든지, 비발디 사계 중 겨울 마지막 악장 같은 것들이었다. 이때는 화려한 테크닉을 보여주기보다는 친숙하고 음악 좀 배웠다면 한번쯤 연주도 해봤을 법한 곡을 대가들은 어떻게 해석하고 연주하는지를 보여주었다는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특히 현을 아주 천천히 움직이면서도 현을 끝까지 사용하면서 가늘고 일정한 음을 내는 기술이 놀라웠다. 역시 엄청난 연습의 결과겠지.
요즘 피아노도 별로 못 치고 있어서 실력이 줄까봐 걱정될 정도인데, 프로급은 아니어도 적어도 (클래식 덕후가 아닌--) 남이 듣기에 적당히 들을 만큼은 연주할 수 있을 정도로 내 나름의 레퍼토리를 갖춰 연습해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이제 슬슬 로보틱스 플젝과 시험공부를 시작해야겠다... ㅠㅠ
2007년에 처음 출시되어 3G 버전 나오고 다시 3GS 버전이 나올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그저 침흘리며 바라만봐야 했던 아이폰이 결국 우리나라에도 상륙했다. 첫번째 모델은 우리나라랑 통신 방식 자체가 달라서 그런가보다 했지만 3G는 이미 우리나라에도 거의 다 보급되어 있고 전세계적으로 쓰이고 있는 방식으로 정식 출시에 큰 기대가 모아져왔었다.
처음에 아이폰을 사기로 결정했던 것은 2008년. 그전까지 나에게 핸드폰이란 그저 전화와 문자만 잘 되면 되는 '통신기기'였을 뿐이다. 하지만 내가 개발한 프로그램을 핸드폰에 올리고 이를 전세계에 판매하여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은 애플의 폐쇄성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매력적이었다. 핸드폰이 더이상 핸드폰이 아닌 범용 모바일 컴퓨터가 된 순간이다.
이후 나는 2004년형 모토로라 스타택을 가지고 버티고 버티며 기다렸고, 결국 그 폰이 아이폰 출시 3개월 전 액정이 맛이 가며 사망하자 형이 쓰던 중고 3G폰으로 기변하여 또 버티는 고생 끝에 아이폰을 개통하였다. 작년쯤인가 어머니께서 폰이 너무 낡았다며 하나 사주겠다고 하셨음에도 극구 만류하고 지금까지 기다려왔던 것이다.
중간에 가장 삽질했던 것은 2G -> 3G 기변은 번호이동처럼 처리되기 때문에 일명 메뚜기족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번호이동 90일 제한에 똑같이 걸린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내가 아이폰을 수령한 11월 30일이 정확히 90일째 되는 날이었기에 (다른 사람들은 예약배송지연에 개통 안 돼서 난리치는 와중에 행복하게도) 이날 개통문자를 받았지만 결국 개통에 실패하고(-_ㅠ) 이틀 뒤 유성온천역에 있는 직영대리점에 가서야 겨우 개통할 수 있었다.
하지만 KT가 진행한 예약판매는 문제가 많았다. 11월 22일 정오부터 예약판매를 시작하여 28일 토요일까지 배송해주겠다고 했는데 실제로 배송된 것은 빨라야 30일, 늦으면 12월을 넘긴 경우도 있었다. 게다가 받자마자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개통까지는 더욱 오랜 시간이 소요되어 심하면 배송받고도 일주일 넘게 개통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미리 잠정적으로 최대 수용 가능한 인원수를 정해놓고 거기까지만 예약을 받든지 해야 했는데, 6만명 넘게 받아버렸으니 늦어지는 건 이해되면서도 참 대책없이 진행했다 싶다.
나는 22일 오후 3시를 전후해서 예약하여 예약 대기자 순으로는 대략 2만명 대에 있었는데--그날 늦잠자서 그렇지 아마 정오부터 하는 거 미리 알았으면 예약페이지 오픈하자마자 했을 거다 ㅋㅋ--30일에 무사히 배송받고 그날 오후 개통문자와 안내전화까지 받았으니 가장 순조롭게 진행된 편이라 하겠다. (위에서 쓴 것처럼 번호이동 90일 제한 마지막날에 딱 걸리는 바람에 삽질을 좀 했지만.)
어쨌든 나는 상당히 잘 처리된 경우인데, 예약구매자들에게 지급되는 쇼캐쉬 2만원이 또 문제였다. 쇼캐쉬는 폰스토어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인데, 예약구매자들에겐 전용 이벤트 페이지를 이용하여 시세보다 싸게 아이폰 악세서리를 살 수 있게 해주었다. 그래서 개통 후 정황을 살펴보다가 우선 보호필름을 붙이는 쪽으로 가보자 생각하여 인비지블쉴드 제품을 주문했는데 그게 무려 일주일 넘게 지난 어제 발송되어 다음 월요일에야 도착한다는 것이다. 곱게 쓴다고 조심조심하며 쓰고 있지만 이미 뒷면에는 잔기스가 조금 난 상태. 앞면은 강화유리라 아직까진 멀쩡하다. (케이스는 일단 보호필름만 붙이고 써보다가 상황 봐서 나중에 구입하든지 할 생각이다.) 이런 것도 주문하면 바로바로 확인해서 미리 물량 준비해놓고 해야 하는데 역시 일단 주문 받아놓고 뒤늦게 준비하는 듯해서 아쉽다.
첫번째로는 훌륭하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3G망이 이미 이렇게 잘 깔려있는데 왜 여태까지 이것을 그 비싼 데이터요금을 빌미로 못 쓰게 했는지 가장 이해할 수가 없었다. 속도는 대략 초창기 ADSL이라고 보면 될까. 다운로드는 상당히 빠르지만--신호 약한 Wi-Fi보다 빠름--업로드가 상당히 느리다.
내가 형이 쓰던 3G 중고폰으로 바꾸었을 때 한번 실험삼아(...) 위피용 미투포토를 다운받아 약 650KB 정도 되는 사진을 하나 올렸는데 SKT에서 데이터와 전혀 무관한 요금제에서 데이터요금이 4450원쯤 부과되었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준이다. 물론 그러한 통신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건 이해하지만, 정작 시장을 활성화시킬 노력을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시장을 활성화시키기보단 소비자들이 알아서 기피하게 만들어버렸다.)
두번째로는 아이폰을 정말 잘 활용하기 위해선 가끔 아이폰을 멀리해야 할 때도 있다는 것. egoing님이나 김창준님이 이미 지적하고 계시는 것처럼, 가끔은 '온라인' 상태를 떠나 오프라인 세상에서 생각을 가다듬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나 나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에 있는 경우--사실 요즘 안 그런 곳이 어디 있겠나 싶지만--더더욱 역으로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안 그러면 내가 정보에 끌려가는지 내가 정보를 끌어가는지 알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르게 된다. 뭐, 처음에야 이것저것 신기하니까 많이 만져보고 컴퓨터를 앞에 두고 아이폰을 들여다보고 있기도 하고 그랬지만 차츰 사용 빈도가 안정되어가는 느낌이다. 뭐든지 지나친 것은 아니한 만 못하다.
마지막으로 드는 생각은, 나도 아이폰 앱 개발 공부해야겠다는 것. 이거 생각보다 꽤 돈되는 시장이다. 아이폰 사용자의 1%한테만 유료앱 팔아도 1~3인 정도의 소규모 벤처 회사 운영할 만큼의 돈이 나올 수 있다. 주업은 아니더라도 잘만 하면 부수입으로 짭짤하게 벌 수도 있을 듯. 컴퓨터 윤리와 사회문제 수업 시간에 내가 아이폰을 쓰는 걸 보고 김진형 교수님이 잠깐 줘봐(-_-) 이러시더니 써보고 나서는 다음 학기부터 삼성 등의 지원을 받아 개설할 모바일 프로그래밍 과목에서 아이폰도 커리큘럼에 넣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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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아이폰으로 인해 그동안 수도 없이 이야기되어왔던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왜곡된 구조가 깨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미 어떤 앱을 만들어볼까- 하고 생각하면 이미 그런 앱이 등장하고 있을 정도이고, 아이폰으로 인해 소프트웨어 개발자 채용 공고가 증가했다는 보도도 나올 만큼 돌풍을 몰고 오고 있다. 게다가 그렇게도 요구했던 MacOS나 Linux 인터넷 뱅킹은 한두 개의 은행을 제외하고 지원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더니 아이폰이 나오니까 갑자기 모바일뱅킹 표준화가 어쩌구 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혹자의 걱정처럼 독과점을 외부세력의 또다른 독과점으로 깨는 것이기 때문에 경계할 필요도 있다고는 하지만, 아이폰 플랫폼이 당분간은 득세할 것이 분명해보인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휴대전화 제조사들과 통신사들에게 자극을 주어 보다 풍부한 모바일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데 촉매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얼마 전 장기하의 1집 활동을 마무리하는 드라마콘서트를 보러갔다왔다. 무려 전석매진될만큼 인기있는 공연이었지만 그분이 미리미리 예매해둔 덕분에 편안하게 가서 볼 수 있었다.
공연 시작이 7시였는데 명동에서 5시에 만나 저녁 먹고 남산예술센터(작년 이맘때쯤 대안언어축제 & P-CAMP 참가한답시고 지나가봤던 곳이라 위치는 잘 알고 있었음)로 가기로 했는데, 다음지도에서 추천해준 지하철 예상 소요 시간만 달랑 보고 갔다가 늦어버리는 바람에 저녁을 좀 허겁지겁먹어야했다.;; 어쨌든 주말 저녁 명동 거리의 살인적인 인파(...)를 뚩고 무사히 늦지 않게 공연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쨌든 표를 받고 미미시스터즈 달력을 사면 나중에 도장 찍어준다는 말에 달력도 사고 막상 예습해가야 했던 나는 사실 장기하 음반도 없었던지라 급히(?) 사고(...) 어쩌구 한 다음 공연장에 들어갔다. 공연장은 규모가 아주 큰 편은 아니었는데, 원래 연극용으로 만들어진 거라 그렇다고 한다. 앞뒤 좌석의 높이차가 커서 어느 자리에서나 거의 시야 방해 없이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우리 자리는 왼편 입구를 따라 들어가 가운데블록의 중간 통로쪽이었다.
공연은 드라마콘서트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드라마나 연극적 요소가 중간중간 들어있긴 했지만(장기하와 똑같이 생긴 게으름뱅이는 누구였을까 궁금하다 ㅋㅋ) 이들이 강조되기 보다는 1집에 나온 곡들을 이용한 전체적인 스토리텔링과 영상미디어의 활용이 돋보였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막장불륜드라마'의 전형적인 삼각관계 폭로 장면을 보여주다가 세번째쯤 보여주고 나서 미미시스터즈와 실제 장기하가 비슷한 장면을 연기하며 노래와 함께 풀어내기도 했다. 시작과 끝에선 어느 대형전자쇼핑몰의 카트에 담긴 시선이 어떤 TV 속의 남자한테 다가가 그 남자가 마치 객석을 직접 보고 있는 것처럼 아주 코믹하게 사람들이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게 만들면서 공연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장치 역시 신선했다.
장기하의 노랫말들을 보면 정말 '별일 없이 산다'는 제목처럼 별볼일 없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동시에 가사나 시를 보면 뭔가 어떤 의미가 함축되어 있지는 않을지 유추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속성을 겨냥하여 자꾸 음미하게 만드는 그런 힘이 있는 것 같다. 거기에 장기하 특유의 목소리 색깔과 그냥 팝도 아니고 락이나 메탈도 아니고 발라드도 아닌, 굳이 말하자면 현대적 folk라고 말할 수 있는 독특한 음악 스타일이 어우러져 뭔가 새로운 것을 목말라하던 사람들의 요구를 적절히 채워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데뷔 후 갑작스런 인기몰이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을 장기하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컴백하게 될 것인지 사뭇 궁금하다. 또한 사람들이 어째서 그렇게 갑자기 장기하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그 근원엔 무엇이 깔려있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미미시스터즈가 약방의 감초처럼 받쳐주듯, 장기하의 매력 또한 쭈욱 이어져나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