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얼마 전 장기하의 1집 활동을 마무리하는 드라마콘서트를 보러갔다왔다. 무려 전석매진될만큼 인기있는 공연이었지만 그분이 미리미리 예매해둔 덕분에 편안하게 가서 볼 수 있었다.
공연 시작이 7시였는데 명동에서 5시에 만나 저녁 먹고 남산예술센터(작년 이맘때쯤 대안언어축제 & P-CAMP 참가한답시고 지나가봤던 곳이라 위치는 잘 알고 있었음)로 가기로 했는데, 다음지도에서 추천해준 지하철 예상 소요 시간만 달랑 보고 갔다가 늦어버리는 바람에 저녁을 좀 허겁지겁먹어야했다.;; 어쨌든 주말 저녁 명동 거리의 살인적인 인파(...)를 뚩고 무사히 늦지 않게 공연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쨌든 표를 받고 미미시스터즈 달력을 사면 나중에 도장 찍어준다는 말에 달력도 사고 막상 예습해가야 했던 나는 사실 장기하 음반도 없었던지라 급히(?) 사고(...) 어쩌구 한 다음 공연장에 들어갔다. 공연장은 규모가 아주 큰 편은 아니었는데, 원래 연극용으로 만들어진 거라 그렇다고 한다. 앞뒤 좌석의 높이차가 커서 어느 자리에서나 거의 시야 방해 없이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우리 자리는 왼편 입구를 따라 들어가 가운데블록의 중간 통로쪽이었다.
공연은 드라마콘서트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드라마나 연극적 요소가 중간중간 들어있긴 했지만(장기하와 똑같이 생긴 게으름뱅이는 누구였을까 궁금하다 ㅋㅋ) 이들이 강조되기 보다는 1집에 나온 곡들을 이용한 전체적인 스토리텔링과 영상미디어의 활용이 돋보였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막장불륜드라마'의 전형적인 삼각관계 폭로 장면을 보여주다가 세번째쯤 보여주고 나서 미미시스터즈와 실제 장기하가 비슷한 장면을 연기하며 노래와 함께 풀어내기도 했다. 시작과 끝에선 어느 대형전자쇼핑몰의 카트에 담긴 시선이 어떤 TV 속의 남자한테 다가가 그 남자가 마치 객석을 직접 보고 있는 것처럼 아주 코믹하게 사람들이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게 만들면서 공연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장치 역시 신선했다.
장기하의 노랫말들을 보면 정말 '별일 없이 산다'는 제목처럼 별볼일 없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동시에 가사나 시를 보면 뭔가 어떤 의미가 함축되어 있지는 않을지 유추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속성을 겨냥하여 자꾸 음미하게 만드는 그런 힘이 있는 것 같다. 거기에 장기하 특유의 목소리 색깔과 그냥 팝도 아니고 락이나 메탈도 아니고 발라드도 아닌, 굳이 말하자면 현대적 folk라고 말할 수 있는 독특한 음악 스타일이 어우러져 뭔가 새로운 것을 목말라하던 사람들의 요구를 적절히 채워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데뷔 후 갑작스런 인기몰이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을 장기하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컴백하게 될 것인지 사뭇 궁금하다. 또한 사람들이 어째서 그렇게 갑자기 장기하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그 근원엔 무엇이 깔려있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미미시스터즈가 약방의 감초처럼 받쳐주듯, 장기하의 매력 또한 쭈욱 이어져나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