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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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살아가기, 생각하기

나는 87년 5월생으로, 이번 5·31 지방선거에서 투표할 수 있는 최저 연령에 속한다. 집은 용인이고 학교는 대전인지라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어서 부재자투표를 신청했었고, 26일에 투표를 완료한 상태다.

그런데 '민주주의의 축제'라고도 불리우는 선거를 보면서, 또한 그동안 살면서 봐온 정치에 대해서 정말 불신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유권자들한테는 선거일 며칠 전에 투표용지와 함께 '선거 공보'라고 해서 자신이 뽑아야 할 후보들이 제출한 홍보 자료가 딸려온다. 이것을 유심히 살펴봤지만 정말 차별화된 뭔가를 볼 수가 없었다. 무슨 고등학교 운영위원장 했었다는 경력부터 시작해서, 무슨 행사에 봉사 참여를 했고 등등의 쓰잘데기 없는 것들만 잔뜩 나열해놓고, 정견이나 공약이라고 내세운 것들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소리들만 골라 모아놓았다. 심지어 단식 투쟁을 통해 뭔가 얻어냈음을 자랑하는 사람도 있었다. (단식 투쟁을 하지 않고도 얻어냈다면 나는 그쪽을 더 높이 살 것이다) 나는 그런 것들이 정치가로서의 능력을 대표하는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선거 공보 몇 장으로 사람의 인격과 됨됨이, 정치인으로서의 능력을 파악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사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관심있는 몇몇 후보들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으로 찾아보아도 별다른 게 없었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마음은 모른다는데, 주구장창 화려한 수식어와 공약만 써놓고 어떻게 판단하라는 건지 모를 노릇이다. 내가 이 사람을 선택했을 때 그 선택에 대한 대가가 얼마나 올 것인지, 결국 다 비슷비슷한 거였다.

다양한 사람들을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으면서도, 밀고당기기를 적절히 조화시켜 카리스마 있게 자신의 조직을 이끌어나갈 수 있고, 자신이 내세운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충분한 전문성을 가진 사람을 뽑고 싶은데, 내가 접근할 수 있는 정보로는 그것을 전혀 알 수 없었다. 정말 후보를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눠보아도 알까말까 할 텐데.

내가 행사한 한 장의 표가 '세상을 바꾸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세상을 조금이나마 개선시키는' 것이라고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투표율도 그렇게 저조한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많은 나라들이 이런 고민을 다 가지고 있겠지만, 뭔가 더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일까? 말 잘한다고, '격투기' 잘한다고 정치하는 세상이 아니라, 남의 말을 귀담아 들으며 자신의 전문성을 차별점으로 내세우는 사람들이 정치를 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