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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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살아가기, 생각하기

2차 면접을 보고나서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늘 드디어 연락이 왔다. 그러나 결과는 아쉽게도 다음 기회를 노리라는 것. 리크루터 말로는 나름대로 팀에서 굉장히 고민을 했다고 하고, 문제 해결 능력이 어느 정도 있는 것 같아 2차로 더 어려운 걸 물어보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종합했을 때 약간 부족한 면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결정되었다고 한다.

뭐, 당연히 지원한 입장에서야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알고리즘 문제 풀이 쪽으로는 학교 수업 외엔 사실 별로 경험이 없었음에도 실제 면접에선 그래도 나름 만족스럽게 풀었기 때문이다. 구글 측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로 인해서 떨어뜨리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쪽도 나름의 합당한 이유가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유(절대 구글이 얘기해준 것이 아니며 내 자신의 평가임)로는:

  • 지금까지 주변에서 인턴을 했거나 하고 있는 친구들은 거의 대부분이 경시대회 출전 경험이 꽤 있거나 상을 탄 경력이 있는, 알고리즘 문제해결능력이 매우 뛰어난 사람들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내가 약한 부분이었기 때문에 안 좋은 평가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내 개인적으로도 나는 어떤 단시간의 알고리즘 문제해결 쪽보다는 장기간에 걸친 프로젝트에 강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실제로 학부 수업 성적을 봐도 프로젝트 과목들은 거의 A+을 받은 반면 그렇지 않은 과목들은 상대적으로 점수가 낮다.1
  • 면접 중 C++에 관한 얘기가 나왔었는데(문제는 아니었고), 내가 C++을 학교 수업이나 과제에서도, 또 개인적으로 참여했거나 혼자 진행한 프로젝트들에서도 한 번도 제대로 쓴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나를 뽑으려고 했던 팀에서 C++을 주요 언어로 많이 사용한다면 조금 주저했을 가능성이 있다.2 (비록 C, Java 등 비슷한 류의 언어를 많이 다뤘기 때문에 금방 배울 수 있기는 하겠지만.)
  • 첫 번째 면접 때, 어떤 한 문제에서 주어진 대상의 기본적인 정의를 하나 빼먹는 바람에 꽤나 삽질을 했고, 또 이것을 실제 코드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포인터 연산을 헷갈렸던 곳이 하나 있는데, 이런 것도 굳이 따지자면 감점 요인이었을 듯.

어차피 면접이라는 게 떨어질 수도 있는 거고 붙을 수도 있는 거고, 구글에서 인턴을 못한다고 해서 인생이 망하는(...) 것도 아니므로 크게 상심하지는 않는다. 어쨌든 세계 1위의 IT 기업 중 하나인데 들어가는 게 만만할 리는 없겠지. 사실 내 주변에 인턴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그렇게 많은 것도 KAIST라는 특수한 환경이기에 가능한 것이지, KAIST를 벗어나서 생각해보면 인턴 지원할 엄두도 못 내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도 면접 진행과정에서 지원자를 잘 배려해주는 모습이나, 불합격 소식을 전하면서도 재도전하면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하는 부분 등은 인상적이었다. 역시 세계적으로 인재를 중시하는 기업다운 모습이고 또 한편으론 그만큼 자신있다는 뜻일 것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매우 좋은 경험이었다. 말로만 듣던 구글같은 기업에서는 어떤 식으로 인재들을 뽑는지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였고, 한편으로는 내가 컴퓨터과학 전공자로서 어떤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야 하는지 알게 해준 셈이다.

다시 지원할 지, 어차피 휴학 예정이었던 가을학기 동안 무엇을 할 지는 좀더 생각을 해봐야겠다. 어쨌거나 결과가 나오니 후련하구나.


  1.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성적이나 이력서는 정말 '수준 미달'인 사람들을 걸러내기 위한 정도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면접이라고 한다. 즉, 전체 성적이 조금 나쁘다고 해서 구글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은 아니다. 

  2. 내가 알기로, 구글은 특정 언어를 잘 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중요시한다. 하지만 특정 팀 단위로 뽑게 되면 각 팀에서 요구하는 세부 사항이 다를 수 있으므로 이런 가능성도 생각해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