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때 학교의 가톨릭 동아리인 사나래에서 생활성가 발표회가 있었다. 선형대수학개론 연습반 가다가 무대 장식을 밖에서 준비하고 있던 아는 누나를 만나서 알게 되었는데―사실 지난 주말에 궁동 성당으로 미사 갔을 때 주보에 써 있어서 알긴 알고 있었다―마침 장소가 희망관과 다솜관 사이에 있는 마실영화관(정식 명칭은 모르겠으나 어느새 이름이 이렇게 붙어버렸음)에서 한다는 것이었다.
마침 선대개 연습반을 기점으로 이번 주가 듀였던 숙제들이 모두 끝난 상태라 저녁 시간이 자유로웠기 때문에 부담없이 가볼 수 있었다. 지난 학기였던가, 사나래 동방에서 했던 개강 미사도 가봤었고. 또 MR나 SPARCS를 통해 아는 선배들도 있어서 은근히 사람들 얼굴을 익히기도 했던 터였다. 겸사겸사 해서 공연이니 또 사람들이 많이 와줘야 할 텐데 하면서 보러 가게 된 것이다.
음악적으로 아주 professional하게 잘 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지만, 하느님이라는 이름 아래에 모인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분위기 자체는 매우 좋았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노래나 율동 등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충분히 공감하게 했다. '배우자를 위한 기도'에 직접 곡을 만들어 붙인 노래도 맘에 들었고, 마지막에 했던 '축제'와 '딜레마'라는 곡도 멋있었다. 태환이 형이나 슬기 누나, 현진이 누나, 진실이, 성준이 등도 모두 평상시엔 잘 나타나지 않았던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었다. (실내악 앙상블을 이미 1년 동안 들어왔던 터라, 공연이라는 것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는 나름 잘 알고 있지만, 역시 볼 때마다 감회가 새롭고, 또 스스로도 자연스럽게 감상하는 요령이 점점 느는 것 같다)
생활성가 발표회를 한다는 것 자체를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알고보니 매년 동아리 정기행사로 하는 모양이다. 슬기 누나도 정식으로 동아리에는 안 들고 가끔 개강미사 같은 데만 갔다가 3학년 초에 들었다고 하면서 나도 슬쩍(...) 들어오라고 했다. 흠..; 평상 시 주로 가족들하고 미사를 가는 편이긴 하지만, 또래의 사람들하고 신앙 생활을 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어쨌든 공연을 본 소감은 대만족. 중간중간 사회자와 주변 도우미(?)들이 했던 나름대로 개그(?)도 재밌었고, 가족같은 분위기에서 유머러스하게 진행된 공연이었다. 다음 번에도 잘 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