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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led under 살아가기, 생각하기
전에 art.oriented님의 이 포스팅을 본 후로 만나는 native speaker마다 계속 물어봤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나처럼 교환학생 온 같은 과 학생과, 오늘 만난 미국에서 살다가 학부를 스웨덴으로 와서 현재 5년째 눌러살며 석사과정에 있다는 바로 아랫층(...) 사는 학생한테 각각 물어보았다.
발음 구분하기
일단 가장 궁금했던 것들부터.
- can / can't
- walk / work
- war / wall
- want / won't
- have / haven't
이거 과연 어떻게 발음해야 하고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_-;
미국 영어 native speaker 왈, 같은 미국 안에서도 지방마다 사투리가 다 달라서 정답은 '그때그때 달라요'... (....) 뭐 어디서는 r을 빼고 발음하고 어디서는 '와'처럼 입을 좀더 벌리고 발음하고 등등 다 다르단다. 이 친구도 t를 거의 생략하다시피 발음해버리면 알아듣기 힘들다며 짜증난다고 했다.;; (이 친구 발음이 비교적 알아듣기 편했던 것을 감안하면 비교적 또렷하게 말하는 북부 사투리를 쓰는 게 아닌가 싶다.) 호주 native speaker의 발음으로 들어보건대 'can'은 a가 '애'에 좀더 가깝고 'can't'는 a가 '아'에 살짝 더 가깝게 느껴졌다. 호주 억양에서 'have been'할 때 been이 '비인'이 아니고 '베인'처럼 발음되기도 했다. 이 호주 친구가 빨리 얘기하면 거의 알아듣기가 불가능했다.
미국 영어 native speaker의 조언: probably를 pr'y[프라이]로 발음하는 경우도 있다고 함. -_-
Yes냐 No냐
"~, isn't it?"과 같이 물었을 때 한국인이 가장 실수하기 쉬운 Yes와 No의 용법 차이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는데, 일단 한국어에서는 그 개념이 반대라는 것에 다들 놀라워했고(그런 게 반대 개념이 있을 줄은 상상을 못해본 듯), 미국 native speaker는 자기네는 질문의 absolute value로 대답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고(그게 말이 쉽지-_-) 했다. 호주 친구의 경우는 별다른 코멘트를 붙이진 않았고 '음, 이렇게 다를 수도 있구나' 하고 넘어갔음.
I don't think...
"I think it would not work."와 "I don't think it would work." 중 어느 것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지도 물어보았다. 호주 친구는 주저함 없이 바로 두번째를 골랐고, 미국 친구는 잠시 생각하다가 두번째를 골랐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첫번째도 틀린 것은 아닌데 그냥 보통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고 한다. unless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특히 미국 친구한테 한국어의 subordinate 문법을 간단히 설명해주니 매우 신기해했다. (와 완전 반대네~ 뭐 이런 표정.)
나보고 비교적(?) 영어를 잘 한다면서 외국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거나 원어민 교사한테 배웠냐고 물어보길래 그런 건 전혀 없었고 영어로 생활해본 건 여기 스웨덴이 전부라고 했더니 그만하면 잘 하는 거라고 했다. 내가 대답하기를, '12년이나 공부해서 겨우 이만큼 하는 거다'라고 했더니 영어교사하러 한국에 간 친구들이 몇몇 있는데 다들 몇 년씩 살아도 한국어 제대로 할 줄 아는 친구 못봤다면서 공감(?)했다. -_-;;;;
그나저나, 그 미국 친구의 경우 학부를 스웨덴에서 입학·졸업했기 때문에 스웨덴어를 아주 유창하게 한다. 사실 오늘 그 친구를 만난 것도 도서관 카페에서 인터넷하다가 바로 옆 자리에서 한 폴란드 친구한테 스웨덴어를 가르쳐주고 있는 것을 보고 말을 걸게 된 것이었으니까. 분명히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native speaker인데도 5년 동안 스웨덴어를 배우고 살아서 그런지 간혹 영어 말하다가 막히는 경우를 볼 수 있었다. 아, 아무리 영어 native speaker라고 해도 오랫동안 안 쓰면 굳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역시 한국에서 영어교육 삽질해봤자 실제로 안 써먹으면 말짱 헛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_-
아, 참고로 위의 발음 질문에 대해 듣고 있던 폴란드 친구한테도 영어 발음 어렵냐고 물어보니 자기한테는 그냥 자연스럽게 들린다고 한다. 역시 같은 언어권이라는 거 무시 못하는 변수인 것 같다.
그래서 이 포스팅의 결론: (한국인으로서) 영어 못한다고 좌절하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