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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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살아가기, 생각하기
드디어 소문만 무성했던(?) 경기과학고 신환회를 마쳤다. 막상 지내놓고 보니 술자리는 그렇게 부담되지 않았다. 자기소개 및 장기자랑이야 그냥 분위기 맞춰서 망가지면-_- 되는 것이고, 술도 그리 강제적으로 먹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선배들 앞에서 술먹고 실수하지 말라는 분위기였는데 그런 건 상당히 맘에 들었다 :) 물론 1차 끝날 무렵엔 분위기가 돋워지면서 쪼끔 술을 '먹이기'도 했다. (선배 한 다섯 분이서 둘러싸서 이름 하나 알려줄 때마다 소주 한잔씩 먹어야 된다면서 압박하는 게..-_- 그래도 생각보단 분위기가 훨 좋았다.)

나는 1차(고기집에서 저녁 먹으면서 소주 먹기) 동안 대략 소주 1병 정도를 마셨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취해 보았다. -_-;; 약 5잔 정도 마시니까 조금씩 어지럽기 시작하더니(세상이 약 0.5Hz로 좌우로 왔다갔다 한다) 7잔 정도 마시고 나올 때가 되자 균형감각이 없어졌다. 그리고 왔다갔다 하는 속도도 더 빨라졌다.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몸을 제어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으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라든지 택시(20기 선배 한 분이 다른 아이들과 함께 취한 사람들은 먼저 데려다 주셨다. 이것도 전통적으로 술취한 신입생들을 그 윗기가 데려다 주는 것이다)를 탔을 때 방향 전환 시 원심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든지..

기숙사에 돌아와서는 같이 온 친구 한 녀석이 숙제를 잘못 제출한 게 있다길래 술도 깰 겸 자연과학동까지 같이 걸어갔다왔다. 그러고 나서 sparcs 새내기 세미나 ㅡ XML+XSLT에 관한 강의였는데 그 친구와 내가 신청한 주제였기 때문에 시간이 딱 맞았으므로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기로 했다 ㅡ 에 갔다. 거기서 동아리 선배가 xml 이야기를 하는데 거기서 바로 술주정(?) ㅡ 지금 생각해도 상당히 오버였다 -_- ㅡ 을 하고 말았다. orz.. XML의 well-formed 조건을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내가 xhtml과 html의 문법적 차이가 뭐냐는 질문을 해 놓고 어찌어찌 하다가 앞에 나가서 막 설명해 버렸던 것이다. 그러니까 그 설명하던 선배가 무안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월요일날 동방 가면 그 선배한테 사과부터 해야 되겠다..-_-;; 같이 간 친구는 나보고 "참 학구적으로 술주정하는구나"라 하더라.. OTL

뭐.. 끝은 그렇게 무사히(?) 끝났는데, 술자리 전의 정신교육은 이랬다.

4시 ~ - 대부분의 21기 아이들이 학부 운동장에 모였다. 그리고 18기, 19기, 20기 선배들이 나와서 분위기 잡고(4열 횡대로 집합.-_-), 늦게 온 아이들이 있어서 되겠냐는 것으로 꾸중을 시작한다.
- 수업 때문에 나오지 않은 몇몇 아이들을 대신해서 '엎드려 뻗쳐'... 힘들만큼 그리 오래 시키진 않았다.
- 어깨동무하고 앉아다 일어서기하면서 "동기 사랑" 복창. 약 20회.
- 동측 기숙사 앞에 있는 본운동장으로 줄맞춰 뛰어가기.
- 본운동장에 있던 다른 선배들을 만나고 또다시 꾸중이 이어진다. 20기 선배들도 21기가 몇명씩 빠지는 등 제대로 교육을 못 시켰다면서 같이 혼났다. 그리고 시범-_-으로 운동장(상당히 큼)을 한 바퀴 뛰면서 교가가 반대편에서 들릴 만큼 크게 부르게 했다.
- 우리가 뛸 차례. 목청 터져라 큰 소리로 노래부르면서 뛰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_-;;
- 역시(?) 제대로 못 뛰었다며 한 바퀴 더.
- 20기 선배들은 '후배 사랑'으로 어깨동무하고 앉았다 일어서기. 우리는 '경기 사랑'으로....
- 정리하고 음료수를 나눠주며 6시까지 학부 운동장에 모이라고 함. (식사하러 가기 위해)
6시 - 다시 4열 횡대로 맞추고, (여기서부턴 무서운(?) 분위기가 아님) 카이스트 정문까지 뛰어간다.
- 정문에서부터 어은동 -> 유성구청 -> 궁동 -> 싸다돼지마을까지 교가 복창하며 뛰기. (사실 운동장에서 뛴 거 이상으로 이게 가장 힘들었다. 저번에 몸살로 열 날때처럼 열이 발산되는 게 느껴졌다.)

여기서 '싸다돼지마을'은 작년 과학전람회 준비할 당시, 카이스트에서 풍동 실험을 새벽 2시에 끝내고 야식 겸으로 윤종수 선생님과 함께 고추장불고기를 시켜먹었던 바로 그곳이었다. 그때 직원이 '여기가 경곽 신환회하는 곳이에요'라고 했었는데 이제서야 실감이 나더라.

- 음식점 안에 선배들이 가득 차 있고 우리는 그 앞에 서서 교가를 불렀다.
- 한 줄로 서서 한 명씩 들어가며 자기소개 후 자리에 앉는다. 테이블 한쪽은 선배가, 다른 한쪽은 후배가 - 이런 식으로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 모두 자리에 앉고, 장기자랑이 시작된다.
- 들어온 순서대로 한명씩 음식점 가운데로 나와서 큰 물컵에 물과 소주(독하게 섞지는 않았다. 소주 냄새만 날 정도..)를 섞어 한 잔 들이키게 하고 장기자랑. 노래+춤 등을 하고 그냥 망가지는 것.. 어떻게 보면 경곽에 입학했을 때 하는 신입생 환영회보단 덜 압박스러웠다. -_-
- 선배들과 사귀며, 놀며, 술먹기.

자세하게 써 보면 이렇다. 확실히 옛날보다는 술을 덜 먹이는 것 같았다. 정신교육은 할 당시엔 '많이 힘들다'라는 생각이 없었는데, 다음날이 되고 보니 온 다리가 쑤셔서 제대로 걷질 못하겠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