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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형 블로그에 갔다가 MSN 대화에서 사용했던 -_- 이모티콘이 매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글을 보았다. 안 그래도, 얼마 전에 yser 님의 글을 보고 원래 뜻이 아무리 좋은 것이어도 사람에 따라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딱 그런 경우다. (사실 -_-의 경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기에 따라 째려보는 것, 뜨끔하여 땀 흘리기에서부터 좌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미를 담을 수 있다. 다만 좌절의 경우는 orz나 OTL 등을 주로 쓰므로 그 의미가 사라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내가 저 이모티콘을 즐겨 사용하게 된 것은 IRC를 하면서부터다. 토끼군 채널에서 시작했지만, 주로 다른 채널에서도 그렇고, IRC가 아닌 메신저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주변 사람들도 그렇고, 이 이모티콘을 그다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_-의 현재의 의미는, "하하하 웃는 정도는 아니나 미소 짓는 정도의 웃김, 당황스럽지만 재미로 보아 넘길 수 있는 것, 애교로 자기가 머쓱해 보이도록 하는 것" 정도다. 이 중에서 나는 마지막 의미로 가장 많이 사용한다.
yser 님의 글에서는 :)에 대한 거부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그 자체로는 미소짓는 의미이지만, 토론이나 논쟁 글들에서 상대방에게 '훗, 너는 그 정도냐'라는 의미로 넣는 경우를 여러 번 겪다 보니 자기에게 느껴지는 의미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그런 의도로 사용한 경우가 있었다)
근데 결국 문제는, 개인마다 다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 형이 정확히 어떠한 의미로 해석하기에 거부감을 느끼는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사람마다 경험에 따라 해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나는 -_-를 주로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해왔고, 내 주변에서도 그렇게 통했기 때문에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는 것이다.
언어 파괴니 통신어체니 어쩌구 하는 것을 떠나서, 순수하게 이모티콘 그 자체를 인정했을 때, 그것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느냐 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 특별히 거부 의사를 표현한 경우는 서로 조심하면 되는 거겠지만, 인터넷 상에서 워낙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말하다보면 각 개인의 기호에 다 맞추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모티콘의 의미를 표준적으로 정해야 해결될 문제일까? 블로거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덧/ 그 형이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_'이다. 그런데 내게는 이 또한 "멀뚱멀뚱 보고 있는 모양으로 머쓱함의 표현" 정도로 해석되고 따라서 본디 사용하던 -_-와 별다른 의미 차이가 없어 보인다. (순전히 내 개인적인 느낌이다. 또한, 채팅 중에 사용하는 이모티콘은 타이핑하기 편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데, -_-를 가장 애용하게 된 이유로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와 비슷한 예로, =_=의 경우는 원래 (졸려움 등으로) 게슴츠레한 표정을 나타내는 것이었지만 -_-의 애교적 머쓱함과 거의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