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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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살아가기, 생각하기
드디어 오늘 대통령 과학 장학생 면접을 보고 왔다.
거의 가장 마지막이었는지 면접 끝나고 나오니 과학재단 직원분들이 자리에 놓인 번호표를 정리하고 계셨다.

우리 학교 애들은 대부분 어제 면접이었고 나를 포함하여 5명만이 오늘 면접이었는데, 어제 면접 보고 온 아이들의 경험담을 들어보건대 매우 '이상야릇'한 면접이었다. 어떤 아이는 다른 아이의 면접자료로 면접을 보다가 '어, 그거 제꺼 아닌데요' 라고 해서, 물어보던 그 교수한테 다른 교수(심사 교수가 5명이었다)들이 면박을 주어 금방 면접이 끝났다는 경우도 있었고, 한 녀석은 계속 과학논술 자료만 가지고 물어봤었다고 한다(그냥 물어본 게 아니라 설명하려고만 하면 말을 끊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우리 학교 학생 둘이 연속으로 보는데 뜬금없이 뒤에 아이한테 앞에 나간 아이의 장단점을 말해 보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단다. 전체적인 아이들의 결론은 패널(면접조)마다 교수도 제각각이고 평가관점도 제각각이라 면접의 변별력이 별로 없을 것 같다고 하였다.

아무튼, 나는 오늘 가서 면접을 치뤘는데, 난 다행히 별다른 특별한 점(?) 없이 잘 끝났다. 일단 학업계획과 과학논술에 대해 5분 정도 설명하라길래 KAIST에 붙었고 무얼 공부하고 싶고 인지과학이란 분야에 왜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그것이 어떤 학문인지 죽 설명했고, 이어서 인지과학, 로보틱스 관련 질문들이 있었다. 준호와 같이 했던 과학전람회 실험결과를 아는지 물어보기도 했고, 마지막에는 왜 대장금(대통령과학장학금)을 신청했는지와 국가에 대한 의무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았다.

위의 내용들에는 뭐 그런대로 다 잘 대답한 것 같은데, (논술 내용에 대한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사전에 전혀 못했기 때문에 처음에 좀 버벅거리긴 했지만) 중간에 테러성 문제가 하나 있었다. 질문 패턴을 보니 물리학과 교수님인 것 같은데 뜬금없이 "도선에서 전자의 속도는 1초에 수 cm 밖에 안 되는데 어떻게 스위치를 누르면 전깃불은 바로 켜지느냐"라는 것이었다. 다행히 아는 [#I_내용|(close)| 전자는 천천히 움직이지만 전기장의 변화(전압에 의한)는 빛의 속도로 전달되기 때문_I#]이어서 잘 대답했으나 갑자기 전자의 역할이 뭐냐고 물었다. (물론, 이것도 사실은 아는 [#I_내용|(close)| 에너지의 전달_I#]이었지만) 이때 긴장해서인지 갑자기 생각이 안 나서 좀 어물쩡거리다가 결국 교수님이 나한테 설명해 주셨다. 그래서 '망했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심사 교수님들이 마지막에 '대답을 또박또박 잘해서 좋았다고 하면서 좋은 소식 있길 바란다'라고 하셔서 조금은 안심이 된다.

그런데 애들한테 내 면접 이야기를 해 주니 매우매우 정상적으로 봤다면서 거의 붙은 것 같다고 부러워하는 것이다. 어쨌든 면접까지 잘 마무리된 것 같아 좋다.
(이제 학교홈페이지, 기숙사 관리와 논문 정리만(?)이 남았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