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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한 친구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강정마을 사태에 대해 글을 쓴 걸 보고 나도 안 그래도 생각을 한번 정리해야겠다 싶어서 짬을 내어 글을 써본다.
뭐, 여러 관점에서 이 사건을 바라볼 수 있을 텐데, 우선 나는 근본적으로 아래와 같이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내가 대통령이나 국방장관 쯤 되는 위치에 있다면, 아랫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주고 나를 설득시켜보라고 했을 것 같다.
- 해군기지가 꼭 필요한가?
-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한 수단인가? 그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가?
- 해군기지를 짓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예: 해군함정을 더 건조한다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
- 해군기지가 필요하다면, 꼭 지금 거기(강정마을)에 지어야 하는가?
- 다른 장소 또는 다른 시기에 짓는 것이 더 최적의 방법일 수 있는가?
- 지금 거기에 해군기지를 지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을 것인가?
- 해군기지의 목적을 충실히 달성하기 위한 건설조건 + 주민들의 생활터전 확보 및 사유재산 보상 문제 + 자연보존이라는 3가지 목표를 함께 달성하기 위한 중간의 타협지점이 어디인가?
제주도 해군기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전 정권에서 논의가 이루어졌고, 실질적인 일 추진은 현 정권에 들어와서 진행되고 있다. 꽤 오랜 시간 추진되어온 일이기 때문에, 위와 같은 질문들에 대해서 정부의 누군가는 나름대로의 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사람들에게 내가 물어보고 싶은 건 이렇다.
- 어떠한 과정을 거쳐 지금 거기에 지어야 한다고 의사결정이 이루어졌는가?
- 의도적으로 누군가(정부요인, 정치인, 또는 건설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이득을 바라고 진행된 부분은 없는가?
- 동북아 정세와 군비경쟁 등을 고려할 때 해군기지 건설이 정말 가장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국방 강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방법인가?
- 추진과정에 필요한 모든 절차(의견수렴, 환경영향평가 등)를 빠짐없이 충실하게 따랐는가?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들도 있다.
- 꽤 오랫동안 진행되어온 일인데, 언제부터 이 해군기지 건설계획에 대한 정보가 공개적으로 알려졌으며 언제부터 그에 대해 이의제기를 해왔는가?
- 각 단계에 적합한 방법으로 반대의견을 피력했는가?
-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가? (해군함정을 더 만든다거나 등)
- 해군기지의 필요성 자체에 동의할 경우, 제주도 강정마을 말고 어디가 최적이라고 생각하는가?
- 당장 장소 대안은 없더라도, 강정마을 자연이 보존가치가 높기 때문에 일단 거기에 지으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면, 보존가치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는 무엇인가?
- 정부가 어쨌든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물리적인 진입과 시위 및 감정적인 호소 말고 냉철하게 생각했을 때 진행을 중단할 수 있는 최선의 수단은 무엇인가?
- 반대하는 사람들을 결집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 주장할 수도 있지만, 크게 찬성/반대 의견이 없던 사람들이 보기에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는 부분도 많고 정치인들이 이걸 기회로 편가르기한다는 느낌도 많이 나는데 접근방법을 달리할 수는 없는 것인가?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군사기지 건설이기 때문에 처음 논의과정은 비공개로 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 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와 같은 장소에 군사기지를 만든다면 필연적으로 민간인들에게 노출이 될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해군기지 자체의 필요성이 합의된 이후 장소와 시기를 결정할 때는 충분한 공개적인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의견수렴 과정에서 반대의견이 나왔고 그것이 충분히 인정된다면 계획을 수정하거나 취소하는 것도 가능해야 하는데 그런 '여유'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또한, 반대의견을 내는 사람들도 정말로 그 반대의견이 얼마나 타당한지 충분히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과연 강정마을 해군기지의 전말이 후대에는 어떻게 기록될까 궁금하다.
ps. 나는 개인적으로, 군사전문가들이 올바로 판단해서 해군기지가 필요하다고 결정된 것이 사실이라는 전제 하에, 해군기지 건설 자체는 찬성한다. 그것이 전 정권에서의 일이었든 현 정권에서의 일이었든 상관 없이. 하지만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건설 추진하는 사람들도 답답하고 그거 반대하는 사람들도 답답하다. 이를 어찌해야 좋을꼬. 나도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지만 정보와 배경지식이 부족하니 뭐라고 판단하기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