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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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살아가기, 생각하기

요 며칠 새 있었던 일이다. 지금 사는 집에 이사 온 게 1년 반이 되었는데, 이사올 때 전에 살던 집에서 쓰던 ISP를 그대로 옮겨와 쓰다가 그 업체가 하나로통신에 인수되었다. 계약은 그대로 유지가 되고 회사만 바뀌었는데, 3년 약정이 얼마 전에 끝났던 것이다. 사실 우리 집에선 특별히 문제가 있거나 이것보다 엄청나게 싸고 더 좋은 게 나오지 않는 이상 뭐든지 오래오래 쓰는 편이라서, 3년 약정이 끝났는지도 모르고 잘 쓰고 있었는데, 며칠 전에 어미니한테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내용인즉슨, 지금 쓰고 있는 하나로통신에서 LG파워콤으로 바꾸면 서비스도 좋아지고 뭐 6개월 무료 혜택에 통장에 9만원 현찰 입금이 되고 어쩌구 하더라는 것이다. 우리 어머니는 이런 전화가 걸려오면 모든 조건을 아주 정확하고 세세하게 따지시기 때문에 꽤나 한참 동안의 전화 통화 끝에, "3개월 무료"란 말이 첫 3개월 연속 무료가 아니라 첫달 무료, 12개월 후 무료, 26개월 후 무료라는 것과, 처음 설명할 때 6개월 무료인 것처럼 얘기했던 것은 9만원 입금을 포함해서 얘기했던 것이며, 가격이 한달 2만7천원이라는 것은 반드시 롯데카드를 써야만 그렇고 일반 계좌이체로 하면 3만원이며, 결국 3년 약정을 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더라는 것을 알아내셨다. -_-;;

게다가 어머니께서 특히 화를 내셨던 부분은, 어머니가 이렇게 꼬치꼬치 따지고 들자 텔레마케터가 "6개월 동안 쓰신 후 본사로 전화해서 다른 걸로 바꾸겠다고 하면 가격을 더 낮춰서 쓰실 수 있습니다"라고 한 부분이다. 그래서 어머니 왈, "그럼 나처럼 그렇게 따지지 않는 사람들은 그만큼 더 내고 쓰는 것 아니냐. 당신이 책임지고 맡아서 해줄 수 있느냐"라고 하니 결국 "요령만 알려드리는 겁니다"라더란다. -_-;;;;

아무튼 한 번 바꿔보자고 해서 오늘 기사가 왔다. 전화 상으로는 무슨 모뎀을 설치하고 어쩌고 하는 것처럼 그러더니, 기사한테 내가 우리집이 어떤 구조로 인터넷을 연결해서 쓰고 있는데 그럼 정확히 어떤 장치를 설치하는 것이냐고 물어보니 아저씨 왈 "어떤 회사를 써도 이 아파트에 결국 다 100M 회선으로 들어오는 건 맞고, 자기가 하는 건 어느 통신사로 연결되는지 선만 바꿔끼우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6개월 후 본사에 전화하면 요금을 내릴 수 있다고 한 부분을 물어보니 절대 그런 일이 없다는 것이다. -_- 아저씨 말로는 파워콤이 더 장비가 최신이라 좀더 좋고 어쩌구...;; 하지만 내가 물어본 해외망 접속 속도에 대해서는 속시원한 대답을 못하더라.

결국, 다 필요 없고 지금 쓰던 것 잘 쓰고 있고, 그렇다고 서비스 품질이 월등하게 차이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격이 더 싸지는 것도 아니고(현재 하나로통신도 똑같이 2만7천원 납부 중), 지금 시점에서 새로 3년 약정하면 혹시나 나중에 해지할 일이 생겼을 때 위약금 물어야 하니 그냥 가라고 했다. 어머니의 말빨에 계약서 보여주지도 못하고 돌아갔다.;;

그 와중에 기사 아저씨의 설명을 들으니 어머니한테 전화했던 텔레마케터는 LG파워콤이나 하나로통신 어느 쪽의 소속도 아니고, 중간에서 고객정보를 받아 통신사에 가입을 시켜주고 그 가입시켜준 댓가로 한 가구당 10~15만원씩 받아먹는 중간 TM업체란다. 우리조차 까맣게 잊고 있던 3년 약정 초과를 귀신같이 알고 전화해서 다른 통신사로 바꾸게 하고 실적을 올리려고 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기분나쁜 일이 아닐 수 없는 게, 우리 집이 가입할 때 제공한 모든 개인정보(어머니 휴대폰 번호부터 시작해서...)가 하나로통신과 TM업체와 LG파워콤 사이에서 다 맴돌고 있다는 뜻 아닌가. 게다가 LG파워콤은 정식 가입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리고 6개월이 자꾸 나온 이유가, TM업체에서 가입시켜주고 나서 6개월 이내에 해지할 경우 TM업체가 그걸 변상해야 하는 구조라고 한다. 그래서 텔레마케터들은 어떻게든 오랫동안 쓰게 하려고 붙잡으려는 성향이 강하고, 따라서 3개월 무료를 첫달, 12개월째, 26개월째로 쪼개놓은 것도 다 그런 의도에서였던 것. 그렇게 해놓으면, 사실 26개월째 과금이 됐는지 안 됐는지 어떻게 다 일일이 기억하고 체크하고 살겠는가. 정말 활당할 노릇이다.

한국이 땅은 좁고 인구는 많고 뭐라도 해서 돈벌어 먹고는 살아야겠으니 TM업체니 뭐니 복잡한 유통·영업 구조가 자꾸 생기는 것 같다.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는 없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