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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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살아가기, 생각하기
블코에서 돌아다니다가 어떤 포스팅 제목에 2월 11일이 들어간 것을 보니까 갑자기 생각났다.

바로 2000년 2월 11일은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이사온 날이라는 것.

벌써 5년이 지났다는 것이 된다.

그 전에는 1년 정도 짧게 살았던 집이 있고, 그 집 전에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에서 8년 반을 살았다.

개포동에서 살았던 8년 반은 정말로 길게 느껴졌었는데, 여기서 지낸 5년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난 이 집에서 중고등학교 시절을 거쳤고 최소한 대학시절까지는 이 집에서 보내게 될 것이지만, 유치원과 초등학교 시절의 대부분을 보냈던 그 서울의 집은 이상하게도 각인처럼 남아 있다.

지금도 그 개포동의 주공아파트 5단지를 보면 참으로 많은 기억이 떠오른다. 어렸을 때 동네 깡패를 만났던 일부터 시작해서 형과 5단지와 6단지 사이길을 걸으며 눈이 오라고 했더니 정말로 눈이 왔던 기억. 초등학교 시절 왜 그리도 친구들이 생일잔치를 많이 했던지...

사람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에 향수를 갖는다고 하는데 나에겐 '시골집'이 아니라 그 개포동이 바로 그런 곳이다.

지금의 집도 정은 들었지만 그때처럼 동네 아이들끼리 모여 뛰어놀고 한 기억이 없어서인지 다소 삭막한 느낌이 있다. 사실 내가 별로 아이들과 몰려다니면서 노는 타입이 아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애들하고 어쩌다 모여서 놀더라도 잘해야 보드카페나 PC방, 영화관 정도이지 그때처럼 순수하게 놀았던 적이 없는 것이다.

장마철이 비가 와서 놀이터에 물이 고이면 항상 대운하 건설을 했었다. 아이들과 정신없이 놀다가 플라타너스 씨앗이 발가락에 박힌 적도 있었다. 또 건조한 날이면 밤에 가로등 빛에 비추어 손으로 달표면 같이 크레이터를 만들기도 했었다.

세월이 유수같다. 2002 월드컵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내년이 독일 월드컵이다.

눈 한번 감았다 뜨면 나는 또 무엇을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