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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드디어 새 국립중앙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나라의 경사라 할 만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는 그 이면의 이야기를 조금 할까 한다.
실은 이게 아버지 회사에서 설계한 건물이다. 설계부터 감리까지 무려 10년 가까이 걸린 대형 프로젝트였고, 일상에서도 아버지가 하시는 말씀 중에 "박물관 프로젝트"라는 말이 이미 많이 들어왔다.
아버지 회사에서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박물관 앞의 거울 연못을 눈물못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사실 현재 완성된 박물관은 처음 설계하고 계획했던 것과 조금 다르다. 거울 연못 중에서 수면과 흙땅이 직접 만나는 경계 부분을 자연 형태로 설계했었는데, 공무원들의 입김(?)으로 인공적인 형태로 만들게 됐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에 들은 이야기다. 이미 전문 설계자들이 디자인 컨셉에 맞추어 잘 만들어놓은 디자인을, 전문적인 식견도 없는 공무원들이 단지 발주자라는 이유로 설계 변경을 요구한다든가 하는 일이 많이 있었고, 아버지나 회사 사람들이 그런 것 때문에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 (세세한 내막은 나도 잘 모르지만 대략 어떤 상황인지는 알고 있다)
또 하나 섭섭해 하시며 이야기했던 건, 박물관 개관 행사에 대표 설계자를 초청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행사 당일에서야 그를 부른다고 난리를 쳤고,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던 그 분은 아마 자리에 참석을 못했을 거라는 것이다. 실제로 정말 고생한 사람들은 뒷전에 두고 겉으로만 와와대는 모습, 별로 보기 좋지 않았다.
이번에 개관을 하면서 언론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난리다. 그렇지만 기자들의 전문성도 많이 떨어진다고 한다. 아버지 말씀으로는 4만 1천평인데 동아일보에는 1만 4천평이라고 기사가 났다고 하고, 전시 면적보다도 수장고라든가 교육 시설·연구 시설 등의 규모가 더 중요한데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 다룬다는 것이다. 그리고 규모가 세계 6위라는 것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 같다. 규모가 크다고 해서 그게 전부가 아닌데, 실제 그 속이 더 중요한 것인데, TV도 그렇고 신문도 그렇도 질보다 양만 강조하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았다.
이 외에도 열린음악회를 한다면서 무대를 설치하는 바람에, 원래 사람들만 다닐 것으로 설계했던 외부 돌바닥 일부가 깨졌다고 하는데, 이런 것 또한 설계자 입장에서는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건물을 원래 의도했던 대로 사용하지 않으면서 그것도 피해를 준다는 것. 물론 열린음악회의 취지는 좋지만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TV 뉴스에서 "웅장하고 단아한"이라고 표현했다는 게 원래 컨셉과 대강 맞아떨어졌다는 정도일까.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아버지를 통해서 알게 된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숨어있었기에, 또한 내가 모르는 다른 많은 사람들의 애환이 있기에 지금의 박물관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사실, 24시간 항온·항습 장치를 건물 전체에 적용되도록 설계·시공까지 해놓았는데, 운영 비용이 부족해서 24시간 가동을 못한다고 한다. 이런 것도 참 아이러니라고밖에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