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breakin Things
아까 저녁 때 전산과 개강파티 겸 신입생 환영회가 있었다. 아직 과가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전산과 전공을 들으며 관심을 가진 06학번들 및 05학번 이상들의 학생들이 모이는 자리였는데, 전산과에 대한 소개 겸 해서 문수복 교수님과 맹승렬 교수님, 박종철 교수님이 참석하셨다. 그 중에 문수복 교수님이 1차 저녁식사에 오셨는데, 어쩌다보니 교수님 옆옆 자리에 앉게 되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였다.
한성과학고 출신이라는 06학번 3명을 한 테이블에 놓고 관심 분야에 대한 이야기(한 명은 인공지능에 관심이 있는 모양이었다)를 하다가 나하고도 이야기를 했다. 나는 처음에 음악과 같은 예술이나 생명과학(그 중에서 신경·인지과학)에 관심이 있어서 전산학만 하는 것보다는 interdisciplinary 영역을 다뤄보고 싶다면서 그럴 경우 대학원 진학은 어떤 방향을 생각해보는 게 좋을지 여쭤보았다. 교수님은 아직 자기도 잘은 모르겠다고 하시면서, 아직 국내에서는 그런 융합학문 분야가 잘 발달하지 않은 것 같다고 하셨다. MIT 미디어랩 얘기를 했을 때는 좋은 생각이지만 영어 공부를 많이-_- 해야 할 거라고도 하셨다.
예전에 동아리방에서 누군가 CT대학원에서 하는 디지털 퍼포먼스에 관한 자료를 가지고 있던 걸 본 적이 있기에, 그 얘기를 했더니 마침 CT대학원의 이승현 교수님과 그 프로젝트에 참여한다고 하셨다. 지금은 뭐 이런저런 문제로 잘 진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관심이 있다면 해보라며 핸드폰 번호;;를 따가셨다.; 뭐 나도 기회가 되면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URP 등으로 인해 학기말에 상당히 바쁠 것으로 예상되기에 망설이고 있던 차이긴 했다. (실제로 하게 될 지는 잘 모르겠다-_-)
교수님 전공이 네트워크 분야라서 봇넷과 악성 트래픽 쪽도 연구하시냐는 얘기를 하다가 블로그로 주제가 옮겨왔는데, 알고보니 교수님도 태터툴즈 사용자셨다. -_-;;; 그러면서 버전업하고 나서 새 스킨을 깔았더니 최근 댓글 목록이 안 나온다면서 나중에 와서 고쳐달라고 하셨다;; 그리고 한 가지 재밌었던 건, 의외로 태터툴즈가 '오픈'된 프로젝트라는 것이나 개발용 코드와 optimize한 코드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옆에 있던 다른 태터툴즈 사용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 오픈소스라는 것 자체는 알고 있지만 뭐랄까 몸으로 느끼고 있지 않달까.) 안 그래도 핸드폰 번호와 이메일 주소도 알아가셨으니 언젠가 한 번 연락이 올 듯하다.;
교수님이 하셨던 얘기 중에 기억나는 건, 네트워크 분야에서 연구하는 것들을 학부생들이 미리 접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는데, 막상 4학년 네트워크 과목을 듣지 않으면 어떤 이야기를 해도 잘 못 알아듣기 때문에 그런 점 때문에 학부 3학년 때 주로 하는 개별연구에 지장이 있고, 따라서 네트워크 분야를 미리 접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사실 나도 네트워크..라고 하면 막연히 TCP/IP만 떠오르지 그 외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TCP/IP라는 것은 분명히 네트워크 구현의 한 종류일 뿐이고 보다 general하게 생각하면 훨씬 많은 것들이 있을 텐데... (inureyes님이 연구하시는, 물리학 관점에서 보는 복잡계 네트워크와 같은 것도 있을까?)
아무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평소엔 조금 멀게 느껴졌던 교수님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좋았다. 덕분에 고기는 별로 못 먹었다. OTL
*
개강파티가 끝나고 스팍스 정모가 있었다. 오늘따라 그렇게 느껴진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까칠해졌다고나 할까. 분명히 논리적으로 맞는 얘기들이지만 뭔가 상대방이 듣기에 기분나쁜 그런 것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회의가 끝나고 회장인 민우 형과 후배인 성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자기가 옳다고 확신하는 내용이더라도, 객관적으로 그것이 옳다고 할지라도 다른 사람에게 전해줄 때는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 똑같은 의도로 얘기를 해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것. 자기는 배려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옆에서 보기에는 아닐 수도 있다는 것. 등등.
고등학교 때까지는 차라리 친구와 치고박고 싸우든지, 아니면 부모님·선생님이나 선배한테 혼나든지 하면서 배우지만 대학교에서는 누가 인간관계에 대해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가르쳐주지 않는다. 직접 부딪치면서 겪고 배워나간다. (사실 나도 많이 배운 것이지만, 그럴수록 한참 멀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우리학교는 특성상 사람들이 논리적으로 따지는 성향을 가지고 있고, 또 좁은 범위의 사람들만 만나다보니 포용력이랄까, 그런 것을 쉽게 잃어버리는 것 같다.
문제는 대화다. 설사 서로 간에 쌓이고 잘못된 부분이 있었더라도 서로 인정하면서 대화로 풀어나가면 된다. (물론 말처럼 언제나 그렇게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민우 형과 걸어오면서 했던 이야기도 그렇고, 역시 뭔가 말을 하면서, 그 말이 꼭 어떤 목적성을 지니든 안 지니든 간에, '풀어낸다'는 것 자체가 가지는 의미도 큰 것 같다. 여자들이 뭔 잡담이 그렇게 많을까 궁금해하기도 하고, 참 쓸데없다는 생각을 했는데—물론 남자와 여자의 성향이 다른 것도 있겠지만—한편으로는 그러한 행위들이 꼭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점점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하는 활동이 많아질수록 그러한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다. 가끔은 사람들과 술 한 잔 기울이면서 서로 요즘 하는 생각들을 공유하고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와 같은 대화를 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