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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 수업 수강 기념으로 중학교 시절 작곡했던 곡들을 틈틈이 정리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구성이나 화성이 잘 된 Morning Calm을 우선 작업하고 있다. (ly와 pdf를 포함한 실제 악보는 이곳을 참고한다. Creative Commons Share-Alike 조건으로 공개한다.)
특히 이번에는 Noteworthy Composer가 아닌, LilyPond라는 오픈소스 악보 조판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아주 고품질의 악보를 만들고 있는데, 역시 물건이다. 이것이 무엇인가 하면, LaTeX을 써본 사람이라면 그나마 좀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종류의 프로그램으로, 텍스트 파일로 소스 코드를 작성하여 컴파일하면 그 결과물로 PDF 악보가 나온다. (MIDI 파일 출력도 가능하다) LaTeX과 달리 유니코드를 자체 지원해서 한글이나 한글 글꼴도 아무런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LilyPond로 컴파일(!)한 악보의 일부분
LilyPond를 왜 만들었나 하는 에세이를 보면 현대로 오면서 오히려 예전의 아름다운 악보 조판 기술이 기계적인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대체되면서 잃은 악보의 감성적 typography를 다시 풀어내기 위한 많은 생각들을 엿볼 수 있다. 실제로 LilyPond를 써보면 상용 프로그램에 뒤지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더 아름다운 악보를 얻을 수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정말, 컴퓨터과학이 어떻게 다른 분야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잘 나타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인류 지식의 총량을 늘려주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훌륭한 프로그램이 오픈소스라는 건 인류의 축복이다!)
다만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작곡가들이 아래와 같은 코딩을 하기는 쫌 힘들다는 것. 악보 note만 적는 거라면 뭐 어렵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아래 스크린샷에서 나오지 않은, staff 관련 설정 등은 녹록치 않을지도 모르겠다.
lilypond 소스 파일의 앞부분
사실, 작곡 수업 시간에 상용 프로그램인 Sibelius를 쓴다고 해서 왜 굳이 그걸 써야 하나 싶기도 하다. 물론 직접 들어보고 음원 파일로 만들어내는 건 아무래도 그런 상용 프로그램이 좀더 낫겠지만--아직 오픈소스나 무료소프트웨어 형태로 나온 고품질 음원 소스 및 연주·녹음 프로그램은 없는 듯--악보를 그리는 것은 이런 오픈소스를 사용할 만하지 않을까? 단 한 가지 내가 LilyPond에 원하는 것은 postscript로 컴파일하고 pdf로 생성하는 과정이 좀더 빨리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 (에세이에서는 고품질의 악보를 얻기 위해 시간을 희생했다고 말하고 있긴 하지만...-_-) 대략 한번 악보를 뽑는데 10초 정도 걸리는데 이게 1~2초 정도로만 줄어도 참 편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