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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 과학(Cognitive Science)라고 하면 생소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사실 나도 인지 과학에 대해 안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어렸을 적 TV에서 방영된 미국 실리콘 밸리의 한국인에 대한 다큐멘터리 중에서 산업 디자인을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보고 막연하게 산업 디자인이라는 것에 감명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KAIST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면서 앞으로 어떤 분야를 할까 생각하다가 구체적으로 자료를 찾아보고 알게 된 것이다. (KAIST 인성면접 당시 교수님이 자기네 과에 인지과학 전공한 사람이 있다고 소개시켜주시기도 했다.. -_-)

인지 과학은 인간 활동의 근본을 탐구하는 과학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인지 과학을 잘 연구해서 적용하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인지 과학은 인간이 주변의 사물을 감지하고 이를 인식하여 판단하는 과정, 그리고 인간 의식과 기억이 어떻게 형성되는가를 다루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인공지능 분야와 가장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데, 인공지능,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의 경우 인지과학이 연구하는 주제와 동일한 것을 다루기 때문이다.

현재 인지과학은 매우 다양한 곳에 활용되고 있는데 사실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도로의 교통 표지판 기호나 신호등의 색깔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또, 기업들이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디자인하는 로고 또한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주변 사물을 인식하는 과정을 알면 어떻게 해야 더 사물을 분명하고 인상깊게 할 것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산업 현장에서 각종 안전 장치를 설계하는 데 이용될 수도 있는 것이다.

위에서, 산업 디자인에 관한 것을 알아보다가 인지과학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했는데 그 배경은 이렇다. 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 주로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해 왔는데 그때마다 GUI에 큰 관심을 두었었다. 그런데 우연히 싸이월드에 UI 디자인 클럽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곳에 들어가 살펴보니 GUI는 제품 디자인이나 실제 물리적 사물을 설계하는 개념인 UI의 한 부분이며 그 UI가 바로 인지과학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Windows나 MacOS의 '창' 기반 인터페이스, 그리고 컴퓨터의 필수품이 돼 버린 마우스도 사실은 1970년대 인지과학과 UI 연구에서 시작되었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산업 디자인은 인지과학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인지과학의 응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특히, 중세 이전까지는 수학의 발달이 매우 더뎠는데(고대의 피라미드 제작자들이나 마야 문명과 같은 경우는 일단 논외로 한다) 그 가장 대표적인 이유가 수식을 표현하는 기호의 발달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덧셈, 뺄셈을 표현하려고 해도 일일이 말로 풀어 써야 했던 것이다. 기본적인 수식에 대한 기호(+, -, = 등)가 발명된 때는 수학의 발전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는 때와 비슷하다. 추상적인 개념들이 우리가 실체로서 다룰 수 있는 기호로 표현되고 그 기호를 다루는 적절한 방법만 정의된다면 우리의 사고는 추상적 개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이다. 당시에는 인지과학이라는 개념이 없었겠지만, 앞으로의 학문 발전 과정은 이런 상징적 기호 체계라는 측면에서 인지과학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인지과학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다. 나도 아직 앞으로 인지과학을 할 것인지는 정하지 않았으나 상당히 유망한 분야라고 생각된다.